여름휴가, 특히 피서지와 관련된 일들은 한여름 밤의 추억으로 평생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청춘남녀뿐 아니라 중장년들에게는 해변가는 또 다른 장밋빛 희망을 던져주는 로망의 장소다. 남녀노소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더운 여름을 즐기려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출이 많고, 마음상태도 거의 무장해제(?)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썸을 타기도 좋다. 10대 후반, 20대 초'중반의 청춘들에게 여름 유명 해수욕장(경포대'해운대'대천 등)은 자연 헌팅장이라 불릴 정도로 불타는 정열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레드(빨강), 블루(파랑), 코발트(검푸른 바다), 핑크(분홍), 그레이(회색), 블랙(검정) 등 각자에게는 다른 색깔의 추억이겠지만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지나고 나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돌이켜보면 다들 아름다운 것 아닌가.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라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한다.
◆스킨스쿠버의 추억, '한 명 어디 갔노?' 도현욱 씨
"한 명이 사라졌다. 어디 갔지?"
수중 다이빙 전문가 도현욱(45) 씨는 지난해 7월 말 경북 포항 구룡포 다이빙 리조트로 투어를 갔다. 사건이 발생한 그날 오전 9시쯤 리조트에 집결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첫 다이빙을 진행했다. 스킨스쿠버 다이버는 총 13명 그리고 선장 1명, 배 위에서 도와주는 텐더 1명 등 총 15명이 출항했다. 우리 팀 회원은 7명, 나머지 6명은 각자 오신 분들이다.
참고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물속에서는 혼자가 아니라 꼭 2인 1조로 다닌다. 물속 상황을 서로가 챙겨주고 지켜주며, 안전하고 공통적인 수중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철칙이다.
도 씨도 이날 2명의 초보자를 리드하며 수중의 세상과 다양한 생물들을 교육생에게 보이고 또한 다이빙 기술도 가르쳤다. 15m 수심에서 30분 정도 머물며 해양실습을 진행했다. 그렇게 물속 탐험을 즐기고 난 후 출수해 인원체크를 했는데, 개인적으로 투어에 참가한 한 분이 보이질 않았다. 선장을 비롯해 텐더 그리고 나머지 스킨스쿠버를 즐기러 온 분들이 난리가 났다.
전체가 입수한 지점부터 출수한 지점까지 물 흐름을 따라 다시 거슬러 올라가 내려오며 주변을 한 시간가량 수색해도 보이질 않았다. 해경(해양경찰)에 연락을 해야 하나 뱃전에서 옥신각신하던 중 두 번째 잠수 시 누구랑 짝을 이뤘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짝이 없었다. 선장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사라진 그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통화가 됐다. 혼자 바닷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던 것이다. 2시간가량 아찔했지만, 다행히 그분이 나타나 안도했다. 스킨스쿠버를 하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하반신을 못 쓰게 된 도 씨는 "한창 더운 여름 시즌이면 항상 스킨스쿠버의 아찔했던 경험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애국심 넘친 특별한 여름휴가-김재연 씨
경북 의성JC 김재연(40) 회장은 2년 전 특별한 여름휴가를 잊지 못한다. 일명 '독도사랑 휴가'다. 대한민국 독도 수중에 기념비석을 하나 세웠다. 이 특별한 행사를 위해 몇 달 전 필리핀 원정 스킨스쿠버 다이빙까지 다녀왔다. 10일 동안 스킨스쿠버를 단계별로 마스터하고, 독도로 향한 것이다.
"몇 달 전부터 특별한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기획한 일이었습니다. 스킨스쿠버를 이용해 멋진 독도사랑 캠페인을 벌인 셈이죠. 당시 언론과 재야 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여 독도사랑을 외칠 때, 우리는 바다 밑에서 한번 '독도는 우리 땅'을 외쳐보고 기념비석을 남기자고 결의했습니다."
몇 달을 준비해 독도 바닷속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동판을 세웠다. 하지만 난관도 많았다. 경상북도와 울릉군은 처음에 자연보호구역 및 여러 가지 제한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결국 대한민국 청년들의 애국심에 감동해 독도를 바라보는 바위섬 근처 바닷속에 독도사랑 표식을 넣기로 허락했다.
김 회장은 애국 이벤트를 했던 그해 여름 휴가를 생각하면 지금도 뿌듯하다. "100㎏이 넘는 기념 동판과 돌을 바닷속으로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첫째 날, 둘째 날에는 기상이 나빠 포기했지만 셋째 날 드디어 당초 계획대로 독지 표지판을 수중에 세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도 그 바위 아래 물속으로 들어가 표지판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피서지에서 생긴 '엽기'…래프팅하던 중 배가 살살∼ 물 속에서 '큰일' 봤는데…
"계곡에 이기 뭐꼬? 해초도 아니고, 이끼도 아니고…."
체육을 전공한 주기홍(36'회사원) 씨는 20대 초'중반 시절에 여름 바캉스 시즌마다 수영강사, 래프팅 가이드 등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냈다. 5년 가까이 그 일을 하다 보니, 지금 돌이켜봐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다.
최대의 엽기 황당사건은 2004년 여름 봉화 이나리강 래프팅 가이드를 할 때의 일이다. 전날 지인들과 소주에 고기와 파전 및 부추(정구지)전 등을 먹고 속이 좋지 않았지만 래프팅 가이드를 하러 나갔다. 전날 숙취 때문에 속이 편치 않았다. 힘든 가운데 래프팅 보트를 몰고 가는 순간 배 속에서 계속 소리가 나면서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순간 물 안에서 볼일을 보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배를 세워 손님들을 강에 빠뜨려 놀게 했다. 그런 다음 자신도 재빨리 물에 뛰어들어, 바지를 벗고 어쩔 수 없이 큰일(?)을 봤다. 생리현상의 위기는 극복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한 손님이 갑자기 물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더니, "가이드님! 이거 이끼예요? 해초예요?"라고 묻는 게 아닌가. 하늘이 노랬다. 그래도 순간 기지를 발휘해 "이나리강에서 나는 풀 종류예요. 그래서 강이름도 미나리와 비슷한 이나리잖아요."
정말 아찔한 굴욕의 대참사였다. 그 풀은 어제 먹었던 파와 부추였던 것이다. 비참한 굴욕은 계속됐다. 또 다른 손님이 말했다. "가이드님! 이곳에는 풀들이 참 많네요. 위에서도 또 떠내려오고 있어요."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눈 질끈 감고 대답했다. "네~, 많습니다. 엄청!"
주 씨는 지금도 그 대참사를 돌이키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얘기했다. "예기치 못한 일이었고, 당시 제 래프팅 보트에 탄 손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심지어 거짓말까지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놓고, 염치도 없이 이나리강에서 나는 이나리풀까지 설명해줬다고 팁까지 챙겼으니까요. 11년 전 일이니 공소시효는 사라졌겠죠?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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