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왕자의 난' 2라운드…후계구도 다툼 운명 가를 변수는?

입력 2015-07-31 07:30:53

롯데홀딩스 주총 주목, 서로 "주도권 쥐고 있다"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7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으킨 '반란'을 차남인 신동빈 롯데회장이 바로 다음날 신 총괄회장을 퇴진시키며 반격할 때만 해도 승패는 신 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두 형제는 한국'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서로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판가름?

롯데그룹의 후계 다툼은 이제 한국'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누가 장악하느냐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주도권을 서로 쥐고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홀딩스는 비상장법인이어서 한국은 물론 일본 현지에서도 정확한 지분 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다.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28%,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소규모 포장재 회사 광윤사(光潤社'고준샤)가 27.65%, 신동주'동빈 형제가 20% 안팎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중 광윤사는 신 총괄회장이 3%,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29%를 나눠 가지며 대치하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9일 "신 회장이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다"면서 "우호지분이 최대 70%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신 회장이 자신의 지분 20% 외에도 우리사주 지분 12%, 광윤사 지분 27.65%를 대표하는 이사들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런 설명은 논란에 휩싸였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 넘는 종업원 지주회사를 합하면 3분의 2"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과 28일 신 총괄회장의 구두 해임 시도를 무효로 한 것은 우호 지분이 우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롯데그룹의 후계자 다툼은 조만간 소집이 예상되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동생인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신 회장은 이미 지난 15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돼 법적 정당성을 갖춘 마당에 다시 주총 개최로 표 대결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사태, 안갯속 형국

롯데그룹 후계 다툼은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총까지는 상당한 변수가 있다.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이 27일 신 회장 등을 해임한 것을 두고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행한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은 30일 자신을 다시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를 공개했다. 또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대한 해임 지시서도 함께 내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임 지시서를 공개하면서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며 판단력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지시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지난 2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 조치가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행은 아버지의 뜻이었으며 이사들을 전격 해임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며 "쿠데타라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신동주'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88) 씨가 30일 오후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나 광윤사의 지분 확보 외에 이번에는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모친의 의중'은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다시 궁금증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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