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생의 삶' 파도 타는 비치보이스 윌슨
#정신착란 2년간 침대서 생활
#삶을 놓아버린 천재 뮤지션
#강한 의지로 인간 성장에 초점
#고통이 살아 숨쉬는 휴먼 드라마
미국인들이 자랑하는 밴드 '비치보이스'는 '비틀스'의 강력한 라이벌 밴드였다. 그들은 1960년대 록계를 풍미했고 70대 '비치 할배들'이 된 지금도 투어를 다니며 자신들의 명곡들을 라이브로 팬들에게 들려준다. 여름 노래의 대명사 '서핑 U.S.A.'(1962)를 라디오에서 듣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의 세련됨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비치보이스의 음악적 중심이었던 브라이언 윌슨은 여자 타령하고 잘 빠진 스포츠카를 자랑하는 쾌활한 멜로디의 팝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1965년에 발매된 비틀스의 '러버 소울'(Rubber Soul) 음반에 충격을 받은 브라이언 윌슨은 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전국 투어를 다니던 밴드 멤버들에게 스튜디오에서 차분히 작곡하고 녹음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영화는 두 개의 시점을 오간다. 1966년에 발매된 비치보이스의 명반 '펫 사운즈'(Pet Sounds)와 비운의 미완성 음반 '스마일'(Smile)을 녹음하던 20대 초반의 브라이언 윌슨(폴 다노), 그리고 20년 후인 1980년대 중년이 된 브라이언 윌슨(존 쿠삭)이다. 그는 '펫 사운즈'를 완성하고 오랫동안 정신착란에 시달렸다. 머리에서 사운드가 붕붕 떠다녔고, 2년 동안 가운을 입은 채 침대에서만 생활했다. 20년 후,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소리들로 어느새 스스로를 잃어버린 브라이언은 자신의 주치의인 진(폴 지아마티)의 24시간 엄격한 보호 아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동차 딜러인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만나게 되고, 첫 만남부터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멜린다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진 브라이언은 자신의 예전 모습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지만, 주치의 진은 그의 정신착란을 이유로 두 사람의 만남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브라이언에게는 길고 긴 사연이 있다. 아버지로부터의 학대, 천재 뮤지션으로서 세상과의 불화, 완벽주의자로서 수없이 반복하는 연주, 파경을 맞이한 결혼과 필생의 연인을 만나는 과정, 정신착란 치유기, 동생들의 비극적 사망 등 여느 천재들처럼 순탄치 않은 삶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슬픈 일대기를 구구절절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두 개의 순간에만 집중함으로써 영화적 긴장감을 드높인다. 주치의에게 삶이 온전히 장악되어 있는 중년이 된 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드러내는 미스터리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브라이언의 불안과 고통을 이해하게 한다.
망상증에 시달리는 완벽주의자의 뇌 속에서 울리는 천상의 사운드를 영화는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담아내고, 관객은 이를 현실감 있게 체험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당대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브라이언 윌슨이라는 대뮤지션의 위대함이 아니라, 삶을 놓아버린 자연인 브라이언에게 집중한다. 그럼으로써 갱생의 의지를 가지고 한 인간이 성장하는 드라마에 초점을 둔다.
감독은 로맨스가 있는 달달한 음악영화가 아니라 고통이 살아 숨 쉬는 휴먼 드라마를 선택했고, 이로써 영화는 대스타의 진정한 얼굴을 들여다보게 한다. 브라이언 윌슨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 차례 "좋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빌 포래드 감독은 '노예 12년'과 '트리 오브 라이프'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영화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25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연출했다. 젊은 브라이언을 연기한 폴 다노의 영화 선택 안목은 할리우드 동년배 배우 중 최강이며, 지적인 연기파 배우 존 쿠삭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좋은 연기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비치보이스 음악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녹음 스튜디오를 완벽하게 장악한 브라이언 윌슨의 카리스마와 청량한 그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팝음악이 예술을 향해 가는 데 한 역할을 담당한 비치보이스의 위상을 깨닫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시대였던 1960년대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느끼는 것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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