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오 나의 귀신님' 인기…tvN 금토드라마 부활

입력 2015-07-31 07:30:53

지상파 드라마, 너 지금 떨고 있니?

tvN이 또 한 편의 화제작 '오 나의 귀신님'을 내놓고 '트렌드에 강한 채널'이란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미생'처럼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과시하거나 인기 예능 '삼시세끼'처럼 10%대 시청률을 넘나들며 동시간대를 장악하는 건 아니지만, 통통 튀는 경쾌함과 높은 화제성으로 채널의 색깔을 부각시키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생'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금토드라마 시간대를 되살려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주연으로 나선 배우 박보영의 인기 역시 상한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년층 여성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히트작이다.

◆젊은 세대 환호 '처녀 귀신' 승승장구

tvN을 포함한 CJ E&M 계열의 채널들이 주목도 높은 콘텐츠를 내놓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등 '대박 예능'이 놀라운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지상파까지 위협했고,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 '나쁜 녀석들' '식샤를 합시다' 등 인기 드라마까지 만들어내며 방송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 상승세에 비해 막상 '미생' 이후 금토드라마 라인업이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식샤를 합시다' '신분을 숨겨라' 등이 연타석 안타를 치고 있는 것과 달리 금토드라마 슬롯만 유독 저조한 성적을 냈다.

실제로 '미생'의 후속작이었던 '하트 투 하트' '슈퍼대디 열' '구여친클럽'은 1%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에 그쳤고 화제성까지 떨어져 관계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심지어 '구여친클럽'은 방영 12회 만에 조기종영이 결정되는 굴욕을 당했다. 무려 6%대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강한 파급력을 보였던 '미생'에 비해 극히 초라한 결과다. 지상파가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금요일과 토요일 8시대를 개척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JTBC가 동시간대에 드라마를 내보내 맞불작전을 펼치면서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이래저래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 재점화의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 나왔으니, 바로 '오 나의 귀신님'이다. 방송 시작 후 3회 만에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해 중반까지 4%대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둬들인 것뿐만 아니라 매회 화제성을 높이며 히트작 대열에 올랐다.

'오 나의 귀신님'은 처녀 귀신이 빙의된 주방보조와 스타 셰프의 사랑을 다룬다.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히 결합시켰다고 보면 맞겠다.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최근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직업군으로 떠오른 스타 셰프로 설정하고 웹툰처럼 통통 튀는 내용과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기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의 타이틀을 차용해 만든 재치 있는 제목, 그리고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시켜줄 수 있는 절묘한 캐스팅과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영리한 전개로 tvN 금토드라마 슬롯의 부활을 알렸다.

무엇보다 '오 나의 귀신님'이 젊은 층에 어필하는 tvN이란 채널 이미지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드라마라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방송계 트렌드가 적절하게 반영된 경쾌한 드라마와 젊은 채널을 내세우는 tvN의 이미지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타깃층이 분명한 드라마라 실제로 젊은 세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TV 본방송뿐 아니라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오 나의 귀신님'을 시청하고 있는 2030세대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오 나의 귀신님'의 주요 시청자들이 젊은 층에 국한된 건 아니다.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분석표를 살펴보면 오히려 40대 여성 시청자들의 숫자가 압도적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다시보기 서비스 사용 비율이 높아지는 관계로 본방송 시청률 자체에 대한 신뢰가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찌 됐든 여전히 방송계에서 콘텐츠 히트율을 평가할 때 사용하고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사실도 간과할 순 없다. 현재 시청률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트렌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 40대 중년 여성들까지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란 사실이다.

◆'능청' 박보영+ '까칠' 조정석 케미 작렬

여러 종류의 성공 요인을 갖춘 드라마라고 해도 캐스팅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좌초된다. 한 공간에 관객을 모아두고 2시간여 상영시간 동안 스크린만 쳐다보게 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의 경우 첫 회부터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을 부각시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중요하다. 특히 멜로드라마의 경우 남녀 주인공의 매력 어필이 관건. '오 나의 귀신님'은 배우 박보영과 조정석의 기존 이미지에 지금껏 그들이 보여준 적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더해 시청자들을 유혹하기에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의 연기는 발군이다.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에 넘치는 애교로 남심을 녹이는가 하면, 한순간 능청스러운 '색녀'로 돌변해 큰 웃음을 준다.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이 맡은 역할은 주방보조 나봉선. 소심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스타 셰프 조정석(강선우) 밑에서 일하고 있다. 시종일관 자신감 없는 표정을 지으며 실수를 연발하지만, 처녀 귀신이 몸에 들어오면서 돌변한다. 틈만 나면 남성들의 몸을 스캔하고 동침의 기회를 노리는가 하면 조정석에게 대놓고 "나랑 한 번만 하자"고 들이대기도 한다. 15세 관람가라는 등급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설정이지만 귀여운 이미지의 박보영이 연기해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외모와 상반되는 능청스러운 박보영의 연기가 이 드라마의 가장 직접적인 성공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보영 본인의 입장에서도 더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다.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만만치 않은 인지도를 가진 배우인 건 사실.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좋아 매번 주연을 맡고 있었지만, 데뷔 후 단 한 번도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어 폭넓은 연령대의 팬층을 형성하진 못했다. 몇 차례 드라마 출연 기회를 두고 조율하다 성사되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매력을 대방출하며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 광고계에서 박보영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정석은 사실 이번 캐스팅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시선도 받았다. '까칠한 실력파 셰프'라는 설정 때문에 '과거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보여준 연기와 겹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오 나의 귀신님' 방영 초기에만 해도 이선균이 보여준 연기와 상당 부분 겹쳐 '조정석이 이선균을 뛰어넘지 못하면 드라마도 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드라마 회차가 진행되면서 조정석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선균이 만들어둔 '파스타' 속 셰프 캐릭터를 연상시키면서도 약간의 '허당기'와 인간미를 부여해 조정석표 '스타 셰프'를 탄생시켰다. 극 중 자신에게 들이대는 박보영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러주는 등 로맨틱한 면까지 드러내 여성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가 중반으로 진행되면서 박보영과 조정석의 러브라인이 강화돼 시청자 유입을 부추기고 있는 중이다. 능청맞은 처녀 귀신 역을 맡은 김슬기와 '젊은 엄마'를 연기하고 있는 신은경 등 조연들의 활약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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