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더 바람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창문을 한도까지 열어 젖혀둔 상태였다. 그것도 모자라 방문도 활짝, 가능한 한 모든 바람구멍들을 열고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요즘만큼이나 무더운 여름이었다. 불현듯 푸드덕거리며 무엇인가 방안으로 날아들었고, 텔레비전을 보며 널브러져 있다 놀란 가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방의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인디언 추장 같은 화려한 머리 깃, 긴 부리, 노란색의 몸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그려진 날갯깃. 처음 보는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새였다. 새가 몇 번이나 푸드덕거리며 장롱 위로 올랐다가, 벽에도 부딪혔다가, 방 한가운데에 앉았다가 하는 동안 가족들은 새의 생김을 유심히 관찰했고,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도 전이었던 어린 나는 그 아름다운 새에 완전히 매료되고 있던 차였다. 잡아서 키우면 안 되느냐며 부모님을 보채자, 새들은 벌레를 먹고사는데 벌레를 매일 잡아서 줄 수 있느냐며 겁을 주었고, 우리는 그 새를 창밖으로 다시 내보내 주자고 합의를 보았다. 새는 푸드덕거리다 결국 높은 선반 위에 자리를 잡고는 얌전히 있었고, 우리도 보내기가 아쉬워 한참을 생긴 것이 추장 같다느니, 우리를 무서워하진 않는 것 같다느니 하며 관찰했다. 그러다 결국은 빗자루를 이용해 창밖으로 유인해 내보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에는 자주 새가 나오는 꿈을 꾸곤 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로운 형태에 색색의 깃을 가진 상상의 새들이 꿈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 새는 내게 자연 속 생명체에 대한 신비로움 그 자체였던 셈이다.
그 새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대학 동아리 야생조류연구회 활동을 하면서였다. 쌍안경이며 필드스코프를 들고 탐조를 하러 나갔다가 어린 시절 방안으로 날아 들어왔던 바로 그 새를 보게 된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후투티', 대여섯 살 때 본 녀석의 이름이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경험이 떠오르며, '아 이래서 내가 여기에 오게 된 것이구나' 하고, 마치 운명의 이면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창밖에서 방안으로 넘어오는 어김없는 햇살과 새들의 떼 지저귐 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차례로 떠올리고, 때때로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하고 골몰하게 된다. 왜 회사를 그만두고 이렇게 서점을 운영하게 됐을까 하고. 그러면, 어느 날 예기치 않게 불쑥 삶 속으로 들어온 새 한 마리에게 반해버린 일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기억조차 못 하고 있었지만, 후투티를 처음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이 자연을 더 깊이 관찰할 수 있는 활동으로 나를 이끌었듯, 아마 한 사람의 삶은 생의 수많은 지점에서 겪은 경이로움들이 구성한 이력이 아닐까.
불쑥 삶 속으로 날아 들어온 새 한 마리가 있다면, 유심히 관찰하고 그 경이로움을 만끽하시길! 어쩌면, 생의 어떤 지점 그 경이로움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버릴지도 모르는 두근거림으로.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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