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금배지 늘리기 야당의 꼼수다

입력 2015-07-29 01:00:00

국회의원 숫자를 얼마로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더 정확하게는 야당에서 뜨겁다. 국민들은 혀를 찬다. 분당이니 탈당이니 하는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히든카드인가도 의심스럽다. 지금 꺼낼 카드는 아니다.

남의 집 속사정이야 어찌 됐든 결국 국회의원 배지 숫자를 얼마로 늘려야 하느냐가 논란의 요체인데, 금배지 숫자를 늘리자는데 쌍수를 들어줄 국민은 없어서다. 국회 해산하자는 서명운동도 벌어지는 마당이다.

의석 수 늘리기가 과연 필요한가의 문제는 차치하기로 하자.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350석 이야기도 있고 400석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10월 30일이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로 정한 것은 평등권 측면에서 위헌이라고 했다. 2대 1로 하라고 했다. 이 결정에 따르자면 현재 246개인 지역구 의석 숫자는 20개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석이니까 이를 늘리지 않으면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은 20석 넘게 줄어들어야 한다.

우리 국회는 '예상대로' 그리고 '늘 하던 대로' 미루다 미루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내년 4월 13일에 치러진다. 선거구획정위는 10월 13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한다. 또 11월 13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해야한다. 이어 12월 15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구 숫자가 나와야 비례대표 의석 숫자도 결정이 된다. 그 시간표에서 역산을 해보면 시간이 너무 없다. 지금 같은 국회의 일 처리 속도라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야당의 그 의도에, 지금이라는 시점에 더욱 의문부호를 붙이는 것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며 총대를 멘 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였다. 혁신의 깃발을 내걸고, 고질병인 지역주의 망령과 양당제의 폐해를 근절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을 달았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 시점에서 야당의 문제 제기에는 다른 의도가 있어 보였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얼마 전 유승민 사태 때 새누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한집안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권이야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라도 있어 안정을 되찾았지만 야권은 사정이 다르다. 구실만 생기면 뛰쳐나가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간의 다툼이 치열하다. 지금은 원심력과 구심력이 팽팽하다. 이 싸움의 이면에는 공천권을 포함한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주류와 비주류, 호남과 비호남의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야권은 분열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런데 내년 총선 공천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떠오른 것이다. 이 무기라면 분당과 탈당으로 향하는 대오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는 공천권이라는 이 무기를 더 많이 갖는 결과를 낳는다. 한 자리라도 아쉬운 마당에 야권 지도부로서는 이 문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내분을 치유하기 위한 모르핀 주사로 공천권을 활용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급할 게 없는 새누리당은 느긋하다. 야당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어차피 새누리당의 동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일이다. 먼저 들고 나온 야당만큼 부담도 없는 문제다. 이 문제는 결국 느긋한 쪽이 이기지 않을까.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직능대표 선발 기능도, 여성이나 약자 보호라는 취지 반영에 있어서도 유명무실한 현행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없애는 것을 포함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돈으로 국회의원을 사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계파정치의 온상으로 전락했으며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비례대표제 유지가 적절한가"라는 일부 여야 의원들의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물론 20대 국회에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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