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칠월칠석과 다나바타

입력 2015-07-29 01:00:00

지난 금요일(7월 24일) 저녁 '대구하루'에서 한일 친선교류 파티가 있었다. 대구하루 오픈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열린 교류 파티였다. 참석자가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지참해 옴으로써 저녁준비에 대한 부담을 없앤, 참석자 수만큼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 파티에는 한국과 일본의 남녀노소 40여 명이 참석했다. 조릿대나무에 소원을 적어 달고, 일본의 여름 전통복장인 유카타를 입는 방법도 배우고, 어린아이들이 노래자랑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 파티는 대구하루 오픈 이후 그간 진행해온 여러 가지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소소하게나마 친분을 쌓아온 분들을 한자리에 모아 더욱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때마침 휴가철이라 일본의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는 분들이 많아 준비하기 전부터 여러모로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도와주어 무척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파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먹고 마시는 단순한 파티보다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하다 일본의 '칠월칠석' 행사를 생각해냈다. 칠월칠석 설화는 알다시피 고대 중국 설화에서 전래된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이다. 이 설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그대로 전래되었는데, 같은 설화를 두고도 두 나라가 이날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또한 타국생활을 하고 있는 일본 분들에게는 고향의 명절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도 싶었다.

개인적으로 '칠월칠석'하면 나와 네 살 터울 언니의 생일이 떠오른다. 음력 7월 7일이 생일인 언니는 매년 생일마다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오늘도 만나서 우나보네'라며 비 오는 생일날을 아쉬워하곤 했는데, 내가 성장하면서 기억하는 칠월칠석은 딱 그 정도의 의미였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 칠월칠석은 큰 연중행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칠석은 양력 7월 7일을 전후로 해서 치러지는데, 일본어로는 '다나바타'라고 한다. 쇼무(聖武) 천황 때(734년) 처음 행해져 에도시대에는 막부 공식행사로도 치러졌다고 하는데, 이날이 되면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각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조릿대나무에 단자쿠(短冊)라는 가늘고 길게 자른 종이에 각자의 소원을 적어 매다는 풍습이 있다. 일본 유학 시절, 학교 도서관 로비에서 학생들의 소원이 적힌 단자쿠가 매달린 조릿대나무 장식을 처음 봤을 때, 우리와는 전혀 다른 풍습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여전히 대구하루 한쪽에 장식되어 있는 조릿대나무에는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 등을 비는 소박한 소망들이 걸려 있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 그간의 못다 한 얘기를 나누듯, 대구하루라는 오작교를 통해 앞으로도 양국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며 묵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더욱 확대되기를 나 또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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