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성로 골목을 구석구석 다녀보면 숨은 명물이 적잖다. 특히 북성로 장인들이 끼를 발산한 작품들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한 공업사 앞에는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북성로 명언을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대형 프로펠러 조형물이 있다. 저 명언을 변주하면 '이거 보면 비행기도 만들 수 있다는 거 아니겠냐' 쯤 되겠다. 한 송풍기 가게에는 작은 프로펠러라고 할 수 있는 송풍기 팬이 간판 위에서 바람의 힘으로 돌아간다.
한 펌프 가게 앞에 가면 공중에 떠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마술쇼를 관람할 수 있다. 그 비밀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아차릴 수도 있고 봐도 봐도 모를 수도 있다. 이 가게에는 금도끼 은도끼 설화를 도색 기술을 빌려 패러디한 듯한 금펌프, 은펌프, 쇠펌프도 전시돼 있다. 또 다른 가게에 가면 간판 위에 있는 펌프에서 지상 수조로 정확히 물이 떨어지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북성로 방범초소 바로 옆에는 '북성로 공룡', '북성로 티라노사우루스' 등으로 불리는 공룡 조형물이 있다. 몸체가 북성로 공구가게 곳곳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공구, 자재, 부품들로 구성돼 있다. 2005년 대구컬러풀페스티벌 때 북성로 상인들이 제공한 재료로 대학생들이 제작한 것이다. 북성로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은 지 딱 10년이 지난 지금은 세월의 흔적을 타 많이 낡아 있다.
북성로 뒷골목을 잘 뒤져보면 뒤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오래된 포니 픽업 차량이 주차돼 있다. 번호판도 달려 있고 지금도 운행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지난 산업화시기를 고단하게 버텨 온 낡고 기름때 낀 장비, 도구, 탈 것 등이 북성로 곳곳에 있다.
◆관광 활성화와 장인 문화 전승 모두 요구 받고 있는 북성로
이 같은 북성로 골목의 볼거리, 즐길 거리, 느낄 거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중구청은 북성로를 '역사전통마을'로 조성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 사업에 부여된 임무 하나는 북성로 관광 활성화다. 이를 위해 동일 업종에 15년 이상 종사한 장인들은 명인으로 선정돼 관광객들에게 북성로 공구골목 역사를 들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또 특색 있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인 지도가 제작된다.
그런데 이 사업에 더욱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임무는 북성로를 더욱 나은 삶의 터전으로 가꿔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전통마을 사업에서는 북성로 공구골목을 대표하는 공업 기술 자료를 수집 및 정리한다. 또 북성로의 기술 노하우를 젊은이들이 전수 받고, 은퇴 기술자들의 작업장을 청년 창업자들이 인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도 갖춘다.
글'사진 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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