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공구골목→밤 연탄석쇠불고기골목 '두 얼굴' 변신
1930년대만 해도 대구에서 가장 환한 밤 풍경을 자랑했던 북성로는 이제 밤이 되면 칠흑 같다. 북성로 양쪽에 늘어선 가게 대부분이 해가 지기도 전인 늦은 오후면 셔터를 내리기 때문이다. 다른 골목에 있는 가게들은 문을 닫더라도 간판을 밝혀두기도 한다. 조명가게라면 유리 외관 바로 안쪽에 전시된 각종 조명 제품을 켜 놓기도 한다. 하지만 북성로는 약간의 빛도 쉬이 발하지 않는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구가게와 공업사 간판 대부분은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수십 년 시간차를 둔 북성로의 명도(빛의 밝기)는 극과 극이다.
◆맛과 취기로 채우는 북성로의 밤
그런데 북성로 골목 구석구석을 잘 찾아보면 반딧불 같은 불빛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정체는 무엇일까. 북성로는 낮과 밤의 이름이 다른 골목이다. 낮에는 '공구골목'이었던 북성로는 밤에는 '연탄석쇠불고기'우동 골목'으로 변신한다. 불빛을 내는 정체는 밤마다 문을 여는 포장마차에 달린 전구들이다.
가게들이 하나둘 일과를 정리하면, 동시에 북성로 곳곳 공터, 영업을 마친 주차장, 빈 가게 등에 연탄석쇠불고기와 우동과 술을 파는 포장마차가 하나둘 나타나 영업을 시작한다. 이 가게들은 기다란 북성로 구간 안에서도 서쪽 대구은행 북성로지점을 둘러싸고 모여 있다. 특히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바로 위 골목이 중심지다. 북성로에 있는 가게 16곳 중 절반쯤인 7곳이 있다.
◆연탄석쇠불고기에 소주 한잔, 초저녁부터 20'30대 바글바글
북성로 연탄석쇠불고기'우동 골목에 있는 가게 중 하나인 '태능집'의 주인아주머니는 "북성로에서 가게를 운영한 지 30년 정도 됐다. 우리 가게도 그렇고 간판에 '원조'라고 적힌 가게들은 상대적으로 영업한 지 오래된 곳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장사를 하며 지켜봤더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손님 연령층이란다. 점점 젊어지고 있단다. 그는 "이 골목은 옛날에는 노동자들이 일 마치고 한잔하러 오거나, 중장년 택시기사들이 늦은 저녁이나 야식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오는 야간 기사식당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와서 테이블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400m 거리에 생긴 대구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을 통해 오는 젊은이들도 많지는 않지만 하나둘 보인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들은 이제 허기를 때우러 오기보다는 손님 태워 오고 또 태워 가기 위해 북성로에 인접한 서성로 및 태평로 도로로 온다.
손님들이 북성로를 찾는 시간대도 점차 변하고 있다. 점점 빨라지고 있단다. 그는 "보통 술자리의 가장 마지막 순서로 심야에 북성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초저녁부터 자리를 채운다"고 했다. 정말로 그랬다.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은 때는 지난 4일 토요일 오후 8시 30분, 10일 금요일 오후 9시, 16일 목요일 오후 8시 등이었다. 모두 바깥에서 술 마시기 좋은 날씨에 이른 저녁부터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였다.
옆 가게 '장작불'의 주인아주머니는 "요즘 같은 여름철에도 손님이 많지만, 가을철인 9, 10월에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가 오면 소주 한 잔에 빗소리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포장마차의 매력에 찾는 손님들이 많다. 프로야구 시즌에는 인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후 와서 뒤풀이를 하는 야구팬들이 많은데,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지만 삼성라이온즈와 붙으러 온 원정팀 팬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서울에서 대구로 출장을 온 김에 찾는 직장인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요즘 북성로 연탄석쇠불고기'우동 골목의 메뉴판은 이렇다. 접시에 가득 담아 주는 연탄석쇠불고기는 특대 2만원, 대 1만5천원, 중 1만원, 소 5천원이다. 우동은 3천원이다. 이날 만난 손님들은 "돼지다리살에 불고기 양념을 해 구워 주는 연탄석쇠불고기는 가게마다 맛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우동은 재료 구성이나 국물맛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내어 놓는 가게들이 있다. 우동에서 가게별 특색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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