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해킹

입력 2015-07-24 01:00:00

'해킹'이란 말이 등장한 지 올해로 60년이다. '해킹'이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이 말은 1955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학생들의 연구 열정에서 시작됐다. 개인용 컴퓨터가 없던 당시 MIT 인공지능 실험실 책임자였던 마빈 민스키는 야밤에 학생들이 실험실에 몰래 침입해 컴퓨터 시스템을 조작, 사용하는 것을 눈감아줬다. 원조 '해커'였던 셈이다.

장난기로 시작한 해킹이지만 1970년대 정보 통신망이 확산하고 80년대 개인용 컴퓨터 시대가 열리면서 더 이상 '장난이 아닌' 시대가 됐다. 1988년 한 코넬대 대학원생이 해킹을 통해 6천여 대의 정부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사건을 계기로 해킹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확산되고 해킹은 지하로 들어갔다.

음지로 스며들었지만 그렇다고 어느 국가도 해킹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수많은 국가는 고급 정보 수집을 위해 해킹에 의존한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대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6월 미국은 인사관리처 해킹 피해로 전'현직 공무원을 비롯한 2천200만 명의 신상정보가 털렸다. 미국 정부는 그 배후로 중국을 지목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중국에 이 사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증거를 잡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국의 '해킹'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이버 역량을 노출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국가 안보를 해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들여왔던 우리나라 국정원의 실력이 여지없이 까발려지고 있다. 야당은 해킹 프로그램의 로그 기록 등 수십 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고, 국정원은 숨겨야 할 정보와 숨기지 않아도 되는 정보를 구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구입한 곳이 35개국 97개 기관에 이른다지만 우리나라처럼 구입 사실을 인정하고 곤욕을 자초하는 나라는 없다. 당장 북한이 국정원의 해킹 장비 도입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국정원이 '대북용'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으니 항의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고 북한이 우리나라에 대해 해킹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북한 역시 같은 프로그램의 해킹 기법을 확보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남들 다하는 일도 못하고 분란만 불러온 우리나라 국정원은 하수라도 한참 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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