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호 중금속 오염…예년에 없던 철새 폐사도 늘어

입력 2015-07-24 01:00:00

물고기 먹은 왜가리 개체 감소…오랜 가뭄 오염물질 유입 심화

안동호가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기자가 22일 촬영한 안동호 주변.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었다.
안동호가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기자가 22일 촬영한 안동호 주변.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었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안동호 퇴적물이 중금속에 오염됐다는(본지 17일 자 8면 보도) 보도 이후 중금속 유입 차단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걱정의 목소리만큼 실제로 안동호는 물고기 떼죽음, 왜가리 등 철새들의 폐사 등 곳곳에서 중병을 앓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안동호를 식수로 사용해 온 일부 마을 주민들이 최근 한 달 새 4명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등 노인들을 중심으로 각종 질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 등 장단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기자는 이태규 낙동강사랑 환경보존회장과 함께 안동호를 찾아 신음하고 있는 현장들을 살필 수 있었다.

이태규 회장은 "안동호 상류에서 물고기 폐사 현상은 해마다 계속돼 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어린 물고기뿐 아니라 어른 팔뚝만 한 성어조차 폐사해 널브러진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22일 안동 도산면 오천리 왜가리 집단 서식지 주변 안동호 습지 곳곳에는 왜가리들의 폐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백골만 남은 철새들과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왜가리들을 서식지 계곡과 습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예년에는 없었던 현상들이다.

인근 수상레포츠업체 관계자들은 "이 주변은 해마다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해 왜가리, 재두루미 등 철새들이 많이 찾아와 서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올 들어 물고기들을 먹은 철새들의 죽은 폐사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왜가리 개체 수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태규 회장은 "철새들은 폐사해 물 위로 떠오르거나, 호수 밖으로 떠밀려 나온 물고기들을 먹고, 죽은 것으로 보인다. 중금속이나 독극물 등 오염물질 때문에 폐사한 물고기들을 먹이로 한 철새들의 폐사는 갈수록 늘어나,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달 초 안동 예안면 천전리 인근 안동호에 미처 철거되지 않은 그물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로 하얗게 뒤덮이기도 했었다. 이 때문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폐사하기 시작한 흔적이 있는 듯 강바닥에도 폐사한 물고기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 회장은 "올해는 가뭄이 계속되다가 최근 들어 비가 내리면서 불어난 물에 퇴적층이나 뻘에 함유됐던 각종 오염물질이 호수로 유입되면서 물고기 폐사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떼죽음당한 물고기들은 철새들의 먹이가 되고, 철새들의 폐사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안동 도산면 서부리 이주단지에는 최근 들어 4명의 노인들이 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들 외에도 전체 200여 가구에 불과한 이 마을 주민 상당수가 각종 질환을 앓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도산면 단천리에 설치된 취수 시설을 통해 안동호 물을 식수로 사용해 왔다.

이 마을 한 주민은 "혹시나 안동호를 식수로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면 심각한 것 아니냐.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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