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먹은 왜가리 개체 감소…오랜 가뭄 오염물질 유입 심화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안동호 퇴적물이 중금속에 오염됐다는(본지 17일 자 8면 보도) 보도 이후 중금속 유입 차단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걱정의 목소리만큼 실제로 안동호는 물고기 떼죽음, 왜가리 등 철새들의 폐사 등 곳곳에서 중병을 앓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안동호를 식수로 사용해 온 일부 마을 주민들이 최근 한 달 새 4명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등 노인들을 중심으로 각종 질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 등 장단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기자는 이태규 낙동강사랑 환경보존회장과 함께 안동호를 찾아 신음하고 있는 현장들을 살필 수 있었다.
이태규 회장은 "안동호 상류에서 물고기 폐사 현상은 해마다 계속돼 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어린 물고기뿐 아니라 어른 팔뚝만 한 성어조차 폐사해 널브러진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22일 안동 도산면 오천리 왜가리 집단 서식지 주변 안동호 습지 곳곳에는 왜가리들의 폐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백골만 남은 철새들과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왜가리들을 서식지 계곡과 습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예년에는 없었던 현상들이다.
인근 수상레포츠업체 관계자들은 "이 주변은 해마다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해 왜가리, 재두루미 등 철새들이 많이 찾아와 서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올 들어 물고기들을 먹은 철새들의 죽은 폐사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왜가리 개체 수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태규 회장은 "철새들은 폐사해 물 위로 떠오르거나, 호수 밖으로 떠밀려 나온 물고기들을 먹고, 죽은 것으로 보인다. 중금속이나 독극물 등 오염물질 때문에 폐사한 물고기들을 먹이로 한 철새들의 폐사는 갈수록 늘어나,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달 초 안동 예안면 천전리 인근 안동호에 미처 철거되지 않은 그물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로 하얗게 뒤덮이기도 했었다. 이 때문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폐사하기 시작한 흔적이 있는 듯 강바닥에도 폐사한 물고기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 회장은 "올해는 가뭄이 계속되다가 최근 들어 비가 내리면서 불어난 물에 퇴적층이나 뻘에 함유됐던 각종 오염물질이 호수로 유입되면서 물고기 폐사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떼죽음당한 물고기들은 철새들의 먹이가 되고, 철새들의 폐사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안동 도산면 서부리 이주단지에는 최근 들어 4명의 노인들이 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들 외에도 전체 200여 가구에 불과한 이 마을 주민 상당수가 각종 질환을 앓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도산면 단천리에 설치된 취수 시설을 통해 안동호 물을 식수로 사용해 왔다.
이 마을 한 주민은 "혹시나 안동호를 식수로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면 심각한 것 아니냐.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