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그때 그 사람들…재미 싣고 온 추억!

입력 2015-07-24 01:00:00

MBC '마리텔' 색종이 아저씨에 감동, JTBC 사라진 가수 찾는'투유~'기대

올 초 방송계를 후끈하게 달궜던 '무한도전-토토가' 열풍의 여운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난 만큼 열기가 한풀 꺾인 건 사실. 그래도 지누션 등 '토토가'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 추억의 스타들이 다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1990년대 가수들이 설 무대도 급증했다. 그리고 방송계는 또 다른 '추억의 스타'들을 소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귀환한 '색종이 아저씨' 김영만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JTBC도 '국민MC' 유재석과 함께 사라진 가수를 만나보는 새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를 선보인다고 알렸다. 끊임없는 방송계의 '추억팔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도 대중의 기대심리에 부응하는 똑똑한 콘텐츠가 기획돼 눈길을 끌기도 한다.

'색종이 아저씨' 귀환에 2030 시청자 눈물

'색종이 아저씨' 김영만(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은 1980년대 KBS 'TV 유치원 하나둘셋' 등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종이접기로 동심을 사로잡았던 인물. 현재의 뽀로로에 비견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던 어린이들의 스타였다.

결과적으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색종이 아저씨' 김영만을 불러낸 건,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인터넷 1인 생방송을 통해 가장 많은 접속자를 불러온 출연자에게 우승의 영광을 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콘셉트와 김영만의 종이접기는 완벽한 시너지를 냈다.

지난 12일 진행된 온라인 생방송에 모습을 보인 김영만은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7만 명에 육박하는 접속자를 순식간에 자신의 인터넷 생방송으로 끌어들이며 서버까지 다운시켜 버렸다. 그동안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하던 백종원의 대항마로 떠오른 건 물론이고, 203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부상했다.

18일 본방송에서는 인터넷 생방송 전반전 1위로 올라선 후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에 눈물까지 쏟는 김영만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여전히 자신을 기억해 주고 있는, 이제는 성인이 된 '추억 속의 꼬마들'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이날 김영만은 오랜만의 방송이라 긴장한 나머지 손까지 떨어가며 종이공예를 선보였다. 그러고는 과거 아이들을 부르던 것처럼 '코딱지'라는 애칭을 써가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반가워요, 코딱지들~" "이젠 어른이 됐으니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등의 멘트와 함께 종이접기를 시연하는 김영만을 보며 1980년대 당시 유년기를 보냈던 2030세대는 걱정 없던 어린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 익숙한 톤으로 "어린이 여러분~"이라고 시청자들을 부르자 "이젠 다 컸으니 어른이 여러분이라고 불러달라"는 글이 채팅창에 올라와 김영만을 웃게 하기도 했다. 장난기가 엿보이는 무심한 대화인데도 지켜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여 년 세월의 간극을 이어주는 감정의 고리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인터넷 생방송 채팅창에, 그리고 방송 후에도 관련 게시판과 기사 댓글창 및 SNS 등에 '돌아와서 고맙다'는 반가운 인사의 말이 넘쳐났다. 성장해 자녀들과 함께 색종이를 들고 TV를 시청하게 된 '왕년의 코딱지'들이 남긴 환영의 메시지였다. 그중 '요새 힘들었는데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들어줘 고맙다'는 내용의 글들도 눈에 띄었다. 각박한 현실 속으로 들어와 좌절하고 또 좌절하며 살아가는 성인들을, 김영만은 여전히 살갑게 대하며 격려했다.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김영만이 던진 한마디는 단순히 종이접기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모자란 '왕년의 코딱지'들이 인상 쓰지 않고 용기 내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고농축 비타민 같은 멘트였다.

물론, 반복적인 '추억팔이'는 오래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김영만의 귀환을 반기며 감회에 젖던 2030 시청자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복귀할 게다. 그럼에도 김영만의 복귀를 부추긴 제작진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콘텐츠의 장점을 부각시켜 주목도를 높였으니 영민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TV의 순기능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투유 프로젝트', 추억의 가요 리부트 프로그램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는 다양하다. 개인이 가진 추억의 성격에 따라 특정 물건이, 또는 소설이나 영화 등 콘텐츠가 지난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귀에서 뇌로 전달돼 순식간에 개인을 추억의 현장으로 회귀시키는 놀라운 운반력을 과시한다. 특히나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놀라운 파급력을 행사했던 1980, 90년대 음악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매개체로 손색이 없다. 방송계의 '추억팔이'에 지난 시절 음악의 비중이 높은 이유다.

최근 JTBC가 공개한 새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진 가수들을 찾아보는 형식이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라는 타이틀. '슈가맨'은 2011년 개봉된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에서 따왔다. 1970년대 초, 미국 내에서 발표돼 참패한 한 가수의 앨범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밀리언셀러로 떠오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미국 내에서 단 6장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엘비스 플레슬리보다 더 폭발적인 인기를 끈 '슈가맨'과 그에 얽힌 소문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역시 '서칭 포 슈가맨'처럼 과거 큰 인기를 누리다 지금은 종적이 묘연한 가수들의 행방을 찾아보고 그들이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유 등을 살펴본다. 매 회 해당 가수를 '슈가맨'이라 칭하고 그들의 전성기를 돌아보는 것뿐 아니라 과거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재탄생시켜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줄 예정이다. 파일럿 형식으로 2회를 제작해 시청자 반응을 살핀 후 정규 편성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1990년대 가수들을 내세운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이 기획됐지만,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는 유재석의 첫 비지상파 나들이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꼼꼼하게 프로그램을 고르고 준비하는 유재석이 큰맘 먹고 뛰어드는 만큼 기존의 '추억팔이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을 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재석과 함께 뮤지션 유희열이 MC로 투입돼 '음악예능'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으며, 히트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와 신혁이 프로듀서로 합류해 유재석과 유희열이 찾아온 '슈가맨'의 노래를 2015년 버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두 명의 MC, 그리고 작곡가들로 대결 구도를 형성해 보는 재미를 더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의 경쟁심리를 자극해 완성도 높은 곡 작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제작진의 기획대로 완성된다면, 추억을 되살리며 과거 인기 가수들을 소환하는 것을 넘어 지나간 히트곡을 리부트하며 또 한차례 대중문화계에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단, MC들의 개성을 부각시키고 대결 구도 등 해당 콘텐츠만의 특징을 살려내지 못할 경우 자칫 '뻔한 추억팔이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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