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최동해 김&장 변호사

입력 2015-07-24 01:00:00

"20년간 친절한 경찰상 정립 일꾼 찾는 감찰로 표창 확대"

▷1960년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출생 ▷대구 명덕초
▷1960년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출생 ▷대구 명덕초'경구중'대륜고 졸업 ▷고려대 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25회'행정고시 32회 ▷법제처 법제관 ▷경북 칠곡경찰서장'경기 가평경찰서장'서울 노원경찰서장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수사부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기획조정관 ▷경북경찰청 차장 ▷대구경찰청장'경기경찰청장 ▷김&장 소속 변호사

최동해(55) 김&장 소속 변호사는 부드러운 리더십의 전형이다. 경찰 20년 동안 '최 순경 같은 최 서장, 최 순경 같은 최 청장'으로 불렸다. 지난해 말 경기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복을 벗은 그는 경찰 생활 내내 '시민 속의 경찰' '간부 보다 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현장 경찰'을 끊임없이 부르짖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형님 같고 삼촌 같은 최 서장과 최 청장을 따라 시민 속으로, 친절한 경찰로 한발씩 다가섰다. 간부의 위엄 보다 현장 직원의 사기, 압박하는 감찰 보다 일꾼 찾아내는 감찰, 경직된 경찰 보다 친절한 경찰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전력을 쏟았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차례로 합격한 최 변호사는 행정공무원이나 변호사의 길 보다 경찰을 택했다. 기관장으로서 공직자의 길을 걷고 싶었고, 기회를 얻은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친절한 경찰상을 정립하는데 일조했다.

최 변호사로부터 경찰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방향을 들어봤다.

-왜 경찰이 됐나.

▶사법시험 이후 잠깐 동안의 변호사 업무, 행정고시 직후 법제처 법제관으로 일해 봤다.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지만, 공직자로서 기관장이 돼 뜻을 펴고 싶었다. 마침 경찰에서 경정 특채 공모가 났고, 경찰서장 등 기관장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로 경찰에 투신했다.

-경찰 복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가 경기도 안산이었기 때문에 경기경찰청장으로서 간부 회의도 안산에서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유가족에 대한 지원방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각종 교통 지원을 하고, 교육 관련 정보를 파악해 교육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3개 중대 병력을 배치해 안산 도심의 치안을 강화했다. 불행한 일이 닥친 안산지역에 도난 등 치안문제로 고통을 배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안산의 치안문제에 부쩍 신경을 쏟았다.

-유병언 사건은.

▶지난해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회장이 숨었을 것으로 추정한 경기도 안산 금수원 압수수색 건도 경찰을 긴장시켰던 사건이다. 당시 인천지검이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70~80명의 수사관을 투입했으나 부족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상당수 금수원을 지키고 있었기에 영장 강제 집행 시 집단 자해행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고, 공동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대치 끝에 영장을 제시하니 30여 분 만에 금수원 문이 열렸으나 별다를 사고가 없는 바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간에 화제가 됐던 것 중 미제사건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시절인 2011년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비밀 연석회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인용한 사건이다. 민주당이 영등포경찰서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는 바람에 의혹이 제기됐던 언론사 기자의 휴대폰까지 확보해 조사를 벌였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도청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이 기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폐기하고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다.

2006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노트북 도난사건도 미궁에 빠졌다. 당시 이 특사단은 우리나라의 공군 비행기를 구입하기 위해 왔다가 묵었던 호텔에서 노트북을 도난당했는데, 그 사건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간부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나.

▶간부보다 직원을 위주로 한 조직 운영과 공정한 인사 시스템 확립에 애썼다.

'최 순경이 잘해야 최 청장이 잘 된다' '순경이 경찰의 얼굴'이란 인식을 갖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시민들이 접하는 현장에는 간부가 아니라 순경을 비롯한 직원들이 있고, 경찰 간부가 아니라 바로 현장 직원들을 보고 접하면서 시민들이 경찰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경찰 간부가 직원들을 옥죄면 안정된 상태에서 시민들이나 사건을 대응하기 어렵고, 오히려 직원들을 인정해주고 북돋워 준다면 사건'사고는 더 줄고 대응능력도 높일 수 있다.

공정한 인사도 경찰의 원활한 조직운영에 절대적인 요소다. 대구경찰청장에 취임한 뒤 첫 승진인사에서 온갖 청탁이 많았다. 내가 간부들의 능력과 특성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대구청에서 1년 이상 근무했던 과장급 간부들에게 경정과 경감이 돼야 할 사람들의 순번을 적어내게 한 뒤 분석했다. 그 속에 정답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를 하니 합리적 인사라는 호응을 얻었다.

-20년 경찰 생활의 성과라면.

▶경직된 계급 분위기를 바꾸고, 업무 범위를 융통성 있게 넓혔다.

경찰은 비리, 음주사고 등 '의무위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방위적인 감찰을 통해 근무 분위기를 더 경직시켰다. 경미한 의무위반 사안이 적발되면 교통 도보(순찰)대로 발령을 내 1년 동안 횡단보도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치욕을 겪도록 했다. 지방경찰청장이 아침 간부회의에서 지시한 내용을 파출소 직원들까지 제대로 전달받아 메모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기도 했다. 이처럼 경직된 분위기에서는 경찰, 특히 비간부 직원들이 업무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3년 대구경찰청장으로 발령받은 뒤 도보대를 없앴다. 경찰이 중대한 비리나 의무위반을 저지를 경우 파면이나 해임시키되 대신 감시'압박용 감찰보다 묵묵하게 일 잘하는 사람을 찾아 포상하는 쪽으로 감찰의 방향을 바꾸었다. 일 잘하는 직원에 대한 표창과 격려를 확대하고, 직원들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니 이전보다 경찰 의무사항을 위반하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

-또 다른 성과는.

▶경찰이 치안과 교통뿐 아니라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경기경찰청장 때 경기도 의왕물류센터의 극심한 체증과 물류비 과다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의 개선책을 고민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등의 분석과 제안 등을 토대로 물류센터의 진출입로를 반대로 조정하자 병목현상이 사라지고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물류비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결과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도심 지역 물류단지 간 도로를 원활하게 연결해주는 교통체계 개선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경기 활성화에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찰의 변화 방향은.

▶부드러운 경찰, 융통성 있는 경찰이 돼야 한다고 본다.

현장 경찰이 자긍심을 갖고 일해야 대시민 서비스가 제대로 된다. 경찰 지휘부가 아무리 압박해도 현장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고 경직된 계급 분위기를 완화시켜야 한다. 전쟁이나 전투태세를 갖춰야 하는 군인과 달리 경찰은 시민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경직돼서는 곤란하다. 대형 사건'사고에서는 신속하게 대응하고 조치할 수 있는 지휘 시스템이 확립돼야 하지만, 평소에는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밝고 사기가 높아야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도 더 나아진다.

경찰은 또 시민들이 제기하는 사소한 민원이나 사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애완동물을 찾아달라는 민원이 들어와도 경찰업무가 아니라고 내팽개치지 않고 순찰 중에 혹시 발견하면 찾아주겠다며 생김새나 크기를 메모하거나 사진을 확보하는 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자그마한 금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신고를 접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찰이 경찰의 기준과 틀 속에서 보지 말고 시민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다.

-경찰 발전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사권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제수사에 대한 모든 권한이 검찰에 집중된 만큼 권력남용이 있을 수 있다.

일본 경찰은 압수수색, 감청 등 영장을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으로 바로 들고 간다. 그러면서도 총리까지도 수사할 수 있는 독립성을 지닌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검찰 내에 수사관이 없다. 독일은 검찰이 지휘를 하지만 수사는 경찰이 한다. 프랑스도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지만 중죄인의 경우 검사가 아니라 판사가 직접 수사를 지휘한다.

한국 경찰은 수사권에 관한 한 일본식으로 가야 한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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