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인습에 힘든 大慶女

입력 2015-07-22 05:00:00

중국은 자존심이 세다. 나라 이름에도 세상 중심이라는 뜻을 담았다. 왕조에 따라 선호도가 달랐지만 외래 불교보다 자생의 유학, 도교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송나라 시절의 주자 성리학은 한족(漢族)의 중화사상이 바탕된 이론이다. 도통(道統)과 이단(異端) 배척의 근거도 담았다. 종전 유학보다 배타성을 강조한 학문인 셈이다.

고려 말 성리학 도입으로 우리는 '고통의 새 세상'을 맞았다. 그때까지 민족 정서는 토속신앙과 외래의 불교, 유학, 도교를 모두 수용한 공존으로 단군의 홍익이념과도 잘 맞았다. 성리학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조선 건국 후 갈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중화사상이 잔뜩 묻은 주자 성리학만이 유일 학문이고 믿음이고 정통이 됐다.

다른 가르침과 학문은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며 배척했다. 물론 뒷날 다른 학문과 사상, 이론이 등장했으나 주류는 아니었다. 수입 성리학이 남긴 많은 차별의 부정적인 흔적은 깊고 넓어 아직도 남아 있다. 지금도 논란인 남녀 성(性)에 따른 뿌리깊은 차별이 그것이다. 옛 기록에는 여성을 '머리털은 길지만 생각은 짧은'(髮長意短) 존재로 보기도 했다. 아들 딸 함께 재산을 같이 상속받고, 아들 딸이 서로 혹은 아들 없으면 딸(외손)이 제사 지내던 풍습도 없어졌다. 제사는 남자(장자)만의 몫이었다. 마치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처럼 변했다.

지금도 통계가 그 차별의 흔적을 보여준다. 최근 대구경북 여성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그렇다. '양성평등 주간'(7월 1~7일)을 맞아 대구여성가족재단과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내놓은 '2015년 통계로 보는 대구'경북 여성의 삶'이다. 특히 일자리와 가사 분담에서 차별은 두드러진다. 2013년 대구 여성 임금은 남성의 58.9%로 전국 7대 도시 중 5위고 금액은 139만5천원으로 최하다. 경북은 53.2%(134만9천원)로 더 열악하다. 두 곳 여성 모두 전국 평균 59%(157만9천원)보다 낮다. 가사 노동의 부인 전담 비율이 대구는 28.2%로 7대 도시 평균(25%)을 넘어 최고다. 부부 공평 분담은 12.6%로 평균(16.4%) 이하고 전국 최하위다. 자연히 대구 여성의 배우자 만족도는 49.7%로 전국(평균 59.8%) 꼴찌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 참여가 활발하지만 대구경북 여성은 어느 곳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 '수입 유교'의 오랜 차별 인습 탓일 수 있다. 낡은 차별의 '수입 때'를 지우고 양성평등의 일자리, 가정을 함께 가꾸는 '국산 문화'를 정착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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