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가족 엇갈린 주장·풀어야 할 숙제 3가지

입력 2015-07-21 05:00:00

살충제 사이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일 구속된 박모 할머니의 가족들은 "직접적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짜맞추기 식으로 수사했으며 고령의 나이에 구속수사까지 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경찰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빈 자양강장제 병이 박 할머니 집 냉장고에서 발견된 자양강장제 병과 제조번호와 유통기한이 일치한다는 것이 유력한 증거'라고 밝힌 것과 관련, 가족들은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가족들은 "해당 자양강장제를 만든 제약회사에 문의한 결과, 해당 날짜에 해당하는 제품이 30만 병에 이른다고 했다"며 "전국 여러 장소에서 얼마든지 제조번호가 동일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제약회사 관계자도 "혹시 만에 하나라도 제품에 이상이 생긴다면 리콜 등 사후조치를 쉽게 하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제조한 제품들을 같은 일련번호로 30만 개씩 유통시킨다"고 이날 밝혔다.

또 해당 자양강장제 뚜껑은 제조번호가 표시돼 있지 않고 아랫부분을 남기지 않은 채 완전히 벗겨지기 때문에 병과 뚜껑이 일치한다는 경찰의 주장은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가족들은 항변했다.

가족들은 이와 함께 "할머니는 평소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을회관에 가서도 냉장고 안 청량음료는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좁은 마을에서 이웃 할머니들이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설명도 가족들은 내놨다.

사건 당일도 박 할머니는 마을회관의 음료수가 입에 맞지 않아 미리 집에서 마를 갈아 먹고 왔고, 지금도 할머니 집에 마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 가족들 주장이다.

결국 누군가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할머니가 사이다를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할머니 집 주변에 빈 자양강장제 병과 살충제 병을 버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고 가족들은 말했다.

더욱이 할머니는 농사를 짓지 않은 세월이 벌써 20여 년이 넘어 살충제를 구입할 일도, 보관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박 할머니의 범행 동기로 경찰이 제시한 신모(65) 할머니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3년 전 일인데 감정이 폭발했으면 그 당시에 하는 게 상식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된 신 할머니도 경찰 진술에서 "3년 전 일인데 다 풀었다. 범인은 박 할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가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박 할머니 변호인 정연구 변호사는 "의심이 가는 증거가 너무 많으므로 적극 대응할 것이다. 박 할머니는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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