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 연구팀이 아이 이름과 부모의 정치 성향, 인종, 교육 수준 등 상관관계를 조사한 적이 있다. 2013년 미국 정치학회 연례회의 때 발표된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미국 부모는 자식 이름을 통해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경제력, 사회적 지위, 학식, 문화적 소양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신생아 5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아이와 부모 이름, 부모 교육 수준, 인종, 거주지 등 자료를 토대로 '같은 이름이 없는 특이한 경우'와 '같은 이름이 20명 이하로 드문 경우' '100명에 1명꼴로 흔한 이름' 등 세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이 이름으로 부모의 공화당'민주당 지지 성향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아이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나 진보 성향의 사람이 사는 지역에 거주하고, 이 경우 부모가 백인이면 대졸 이상의 학력자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진보 성향의 미국 백인은 특이한 이름을 통해 자기 학식과 문화적 소양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한 반면 존이나 리처드처럼 흔한 이름을 선택한 경우 공화당'보수 성향이 강한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냈다.
어감 좋고 인상에 남는 이름을 선호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전통을 따르거나 의미가 큰 이름, 유행에 따라 선호도가 높은 이름을 택한다. 주다스, 아돌프, 데미안, 리건 등과 같은 이름을 꺼리는 것은 이름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두려워해서다.
최근 '애티커스'(Atticus)라는 이름이 미국에서 논란이다. 라틴식으로 '아티카의 남자'라는 뜻의 애티커스는 1960년 출판된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다. 누명을 쓴 흑인을 변호하는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50년 넘게 금고 속에 있다 최근 빛을 본 신작 '파수꾼'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같은 이름을 가진 미국 부모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4천만 부 이상 팔린 소설에 힘입어 미국인이 선호하는 이름이 됐으나 졸지에 위선자나 이중인격자로 놀림감이 될 처지에 놓였다.
흔히 인생에서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경우 때로 해가 될 수 있음을 애티커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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