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입력 2015-07-18 05:00:00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구광렬 지음/ 새움 펴냄

이 소설은 1980년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물일곱 살의 평범한 한국인 유학생 강경준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나우칼판 감옥에 억울하게 갇힌다. 그곳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진술서마저 날조된다. 가난한 유학생인 그는 믿었던 변호사 친구 세르히오의 배신으로 5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대지진으로 감옥이 붕괴되고 경준은 탈출을 감행한다. 지진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그가 향한 곳은 과일과 채소 집산지이자 낙원 같은 치아파스.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부패한 정치가들 때문에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준은 그곳에서 인텔리 원주민 차메수마와 교류하며 정치경제에 대한 담론을 즐기고, 그의 딸 소칠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결혼식을 앞두고 감옥의 간수들이 찾아온다. 결국 그는 소칠과 배 속의 아이를 잃게 된다.

갈 곳을 잃은 경준은 복수를 다짐하고 멕시코 집권당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치는 반란군에 합류해 민중 3적을 암살해 나간다. 두 구의 시신에서 나온 'MUM'이 새겨진 총알로 인해 그는 태양신에 버금가는 멕시코 영웅이 된다. 경준은 영구집권을 계획 중인 차기 대통령 후보를 저격하려고 하는데….

저자 구광렬은 멕시코국립대학에서 중남미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시집 '텅 빈 거울'로 멕시코문협특별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시 '들꽃'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울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국회의원과는 친구 사이다. 1980년 김부겸은 붙잡혀 감옥에 갔고, 저자는 공부를 핑계로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저자는 "이 소설로 시대의 빚을 탕감할 수는 없겠지만 후련한 감은 있다"고 말했다. 248쪽, 1만3천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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