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음악에서도 세계적인 강국이다. 빈 필, 보스턴 심포니의 지휘자였던 오자와 세이지를 선두로 한 클래식에서부터 록과 재즈에서도 원조격인 영국과 미국에 버금가는 실력과 두터운 팬층을 겸비한다. LP 시대에는 재즈든, 록이든 일본에서는 못 구하는 음반이 없을 정도였다. 영미 팬들이 자국에서는 이미 폐반(廢盤)돼 못 구하자 일본에서 역수입한다는 말도 나왔다.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많이 들어온 프레스티지, 리버사이드, ECM 등의 재즈 LP는 대부분 일본산이었다.
공연 시장도 넓어 많은 아티스트가 일본을 방문했다. 한국에는 오지도 않았거나 전성기가 한참 지난 60대가 넘어서야 왔던 프랭크 자파나 제프 벡,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은 최전성기였던 1970년대 초부터 일본을 찾았다. 영국 록 밴드 퀸은 초창기에 모국에서는 혹평을 받았지만, 일본에서의 절대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영미 시장을 정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는 클래식과 재즈에서도 비슷해 베를린 필이나 빈 필, 존 콜트레인과 마일스 데이비스 등 당대 최고의 교향악단과 재즈맨이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 자주 공연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대구국제재즈페스티벌에도 일본 재즈팀이 자주 참가했다. 올해는 두 팀이 참가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본 시마네현에서 활동하는 팀이다. 이를 두고 시마네현의 유력 신문인 산인주오신보(山陰中央新報)는 '2004년 자매결연하였으나 2005년 '독도의 날' 조례 제정 이후 교류가 끊긴 경북도의 도시, 대구에서 열리는 재즈 축제에 시마네현 재즈 팀이 참가한다'고 대서특필했다. 독도 문제를 뛰어넘자는 제목을 달고 기사에서는 대구를 경북도의 도시(道都)라고 썼다.
축제조직위는 문화 교류가 독도 문제로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또, 다른 일본 팀도 자주 왔었기 때문에 시마네현 팀에게 딴죽을 거는 것이 편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생각일 뿐이다. 기사에 나타났듯 그들의 관심은 대구가 아니라 경북도와 '독도'이다.
우리가 아무리 문화교류일 뿐이라고 주장해도 자칫 이번 초청을 문화가 아닌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기우일지는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피해자가 된 우리는 기우조차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시마네현 재즈팀의 초청은 취소하는 것이 맞다. 초청팀에 대한 예의 문제가 나오겠지만, 먼저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은 그들이고, 문화에 정치색을 넣은 것도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