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가정 여성] 사소한 폭력에 집 나가버린 아내 어떻게 하나요

입력 2015-07-16 05:00:00

◆고민= 50대 초반 기혼남으로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사는 세 자녀를 둔 가장입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이 따뜻하고 순종적이고 착한 사람으로 보여 결혼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언'폭력에 집안이 분열되어 4형제가 서로 남남처럼 자랐고, 장남인 저는 따뜻한 가정이 그리웠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다혈질이긴 하지만 잔정이 많은 저와 달리, 아내는 덤덤하고 성격이 느긋하며 자기주장이 강한 편입니다. 아내의 고집과 잔소리는 도를 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밥을 먹다가 아내의 무시하는 말 한마디에 흥분해서 가재도구를 몇 개 부수고 아내와 아이들을 밀친 것밖에 없는데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과거 저의 아버지가 폭력을 쓴 것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또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가끔 저도 아버지와 똑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매달렸습니다. 평소 아내밖에 모르며 가정에 충실한 사람을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으로 취급해도 되는 겁니까.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지고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지만,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아내의 횡포(조금만 위협적인 행동을 해도 경찰을 부르는 등)에도 많이 참았습니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는 데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제 성질을 건드리며 원인 제공을 하는데 어떻게 계속 참습니까. 참다못해 폭발하는 겁니다. 부부싸움을 집안에서 끝내야지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저는 아무리 싸워도 아내를 껴안고 잡니다. 그러면 아내가 다 풀리는 줄 알았지요. 저는 아내 없이 못 삽니다. 제발 아내가 가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해법= 세 자녀의 아버지로서 식구를 부양하기 위하여 막노동도 마다치 않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귀하에게 '가정폭력 현행범'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을까 상상이 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술에 취해 어머니를 심하게 때리고 형제는 뿔뿔이 흩어진 피폐한 가정에서 자란 귀하가 내 가정만은 화목하게 잘 지키고 싶어 노력했다는 것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박한 현실과 삶에 지쳐 아내의 위로와 지지를 원하는 귀하에게 칭찬과 격려 대신 아내가 '넌 남자니까 니 가정은 니가 책임져야 해!'라는 짐을 짊어지게 했을 때, 스스로 화를 통제하지 못하여 감정이 폭발하고 때론 폭력적인 방법도 사용한 것 같습니다.

폭력을 쓴 후 후회하며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고, 원상회복을 위해 번번이 아내에게 빌며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편, 아내는 남편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그 어떤 말도 믿기가 어려워지고, 언제 또 폭력이 발생할지 몰라 불안하고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와 화해하고 싶어 몸으로 다가갔지만 아내는 결코 좋은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더 큰 불화가 두려워 마지못해 귀하의 행동을 묵인했던 것입니다. 아내와 더불어 세 명의 자녀 또한 불안하고 공포에 떨게 되며 서로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걷게 됐습니다. 결국 귀하의 가정은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그저 합숙소의 역할만 남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용기를 내어 이미 집을 나갔고, 이혼을 결심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첫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아내와 자녀에게 완력을 사용한 것은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즉 가정폭력은 범죄라 인식하고 원인제공 등의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 스스로 인정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원가족 부모의 분열 속에서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애정결핍을 아내로부터 받으려고 노력했던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대신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며 자존감을 키워야 합니다. 가령 열악한 환경에서 독립해 가정을 이룬 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점, 가족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 등이 귀하가 가진 장점입니다. 셋째,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아내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합니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든 안 오든 그것은 아내의 결정에 맡기고, 자신이 변화해야 할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실행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비록 부부로서의 인연이 끝난다 하더라도 세 명의 자녀가 있으니 부모로서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인생 끝까지 자녀를 위하여 함께 협상하고 친구가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진실로 원하고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희망을 갖고 끝까지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해법 도출 과정= 본 사례의 내담자는 원가족에서 부모의 부부폭력을 보며 '나는 아버지 같은 사람은 절대로 되지 말아야지'라며 다짐하며 성장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어느 날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도 놀랐다는 말을 합니다. 내담자는 분열된 가족 속에서 정서가 황폐하고, 존재감이 미미하며, 애정결핍이 심한 상태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 현재 가정의 아내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대부분 남편들은 자신이 만든 가정 속에서 자존심을 유지하며 아내의 사랑을 얻어내는 방법이 사소한 일에 토라지는 것과 강압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합니다. 아내들은 남편이 자녀의 수준에서 일방적으로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남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우선시되어 지적을 먼저 하게 됩니다. 부부는 겉으로는 대립된 관계에 있는 것 같아도 본질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가정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부의 관계회복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강압적인 방법은 일시적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파탄을 초래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둘째, 각자 자신의 원가족을 돌아보며 부모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지지한 후 잘못된 행동의 변화를 시도하도록 합니다. 셋째, 부부관계의 소통을 위한 비폭력 대화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박경규/(사)영남가정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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