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1번지 경북]<7>창조적 마을 만들기-영천 황강전원마을

입력 2015-07-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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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탈출! 22개 마을이 손짓한다

경상북도 대표 귀촌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영천 황강전원마을은 바쁜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전원생활을 선물하고 있다. 황강전원마을 전경. 민병곤 기자
경상북도 대표 귀촌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영천 황강전원마을은 바쁜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전원생활을 선물하고 있다. 황강전원마을 전경. 민병곤 기자
황강전원마을 사람들은 자주 이웃집을 방문해 정을 나눈다. 왼쪽부터 이해숙
황강전원마을 사람들은 자주 이웃집을 방문해 정을 나눈다. 왼쪽부터 이해숙'정명길'김동영 씨. 민병곤 기자

영천 임고면에 위치한 황강전원마을은 경상북도가 조성한 대표적인 귀촌마을이다. 이 마을은 경북도가 다양한 형태의 쾌적한 주거 공간 조성으로 지역 농촌인구를 유지하고, 도시민의 유입 촉진으로 지역 활성화를 가져오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탄생했다. 도내에는 이런 마을이 22곳이 완성됐거나, 만들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민 귀촌마을

황강전원마을은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 들머리 산자락에 위치해 언제나 휴양하듯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일 년 내내 휴양림보다 더 편안한 숲 속 자신의 집에서 솔바람을 쐬며 삶을 즐길 수 있다. 마을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산책길도 휴양림으로 연결돼 있다.

운주산승마장으로 가는 길에서 보면 전원마을의 집이 10여 채만 보인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가운데 골짜기의 20여 채를 합쳐 모두 31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전봇대가 눈에 띄지 않아 시원하다. 영천시가 전원마을 택지 조성 당시에 전기와 통신시설을 지중화했기 때문이다. 영천시는 2009년 야산 4만여㎡에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택지 31필지를 조성한 뒤 500㎡씩 분양했다. 처음에는 분양 저조로 집이 적었으나 차츰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모두 들어찼다.

이 마을의 31가구 중 26가구가 상주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가구는 주말에 사람들이 거주하는 전원주택이다. 주민들은 퇴직자, 개인사업자, 회사원, 공무원, 의사, 화가, 농업인 등 다양하다. 주민 대부분의 나이가 50대로 젊은 마을이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을 찾았다. 이전에 대구, 포항, 부산, 울산, 창원, 진해, 서울 등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모였다.

이곳 사람들은 집도 개인 취향에 맞게 지었다. 콘크리트집, 벽돌집, 목조주택, 한옥, 스틸하우스 등 31가구 모두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것.

집집이 넓은 정원과 텃밭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앞마당을 녹색 잔디로 시원하게 꾸민 집도 있고, 나무나 꽃을 심은 집도 있다. 꽃을 심은 집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마당 한쪽에 애완용 닭을 기르는 집도 보인다.

정원을 가꾸며 꽃씨와 음식을 나누다 보니 이웃과 소통도 활발하다. 마을 주민들은 이웃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으며, 3개월에 한 번씩 모여 친목을 다진다. 지난 11일에는 주민 38명이 마을 뒤쪽 마당 넓은 '숲 속의 집'에 모여 회의 후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마을 자치회장 김동영(61) 씨는 "지난해에는 강원도 일선 시'군의 전원마을 담당 공무원 29명이 황강전원마을을 찾아 예쁜 정원과 집들을 둘러봤다. 정원을 테마로 남해 독일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처럼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다"고 했다.

◆대도시 벗어나 전원생활 만끽하는 마을

황강전원마을에 들어서면 누구나 밝은 얼굴로 외지인을 반긴다. 물과 공기가 좋은 곳에서 느긋하게 생활해 이웃을 만날 때도 항상 웃으며 얘기한다. 예전 시골마을의 정겨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주민 50여 명이 가족같이 정을 나누며 생활한다. 고향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전원생활이라는 같은 취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는 더운 여름에도 땀을 흘리며 넓은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웃끼리 꽃씨나 모종을 나누며 함께 풀을 뽑기도 한다. 옆집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식물 재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정원 한쪽에는 텃밭이 있다.

주민 이해숙(60) 씨는 "30대 젊은 시절부터 바라던 전원생활의 꿈을 이 마을에서 이뤘다.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다 보면 자연의 생동감과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씨의 정원에는 요즘 백일홍, 채송화, 해당화, 원추리, 낮달맞이꽃, 핫립세이지 등 수많은 꽃들이 활짝 펴 색깔잔치를 열고 있다. 수돗가의 낮달맞이꽃은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정원에 물을 줄 때마다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했다.

뒤뜰의 작은 텃밭에는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옥수수, 도라지 등 여러 식물들이 싱싱하게 자라 먹을거리를 푸짐하게 제공한다. 전원마을 사람들은 유기농 채소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이 씨의 남편 정명길(61) 씨는 마을 인근에 논밭을 구입해 벼와 고추,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정 씨는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4년 전 이 마을에 들어왔다. 퇴직하기 전 해외 근무로 심근경색을 걱정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지만 전원마을에 온 뒤 농사를 지을 정도로 회복했다.

이 마을에는 정원 주위의 나지막한 목재 울타리 외에 높은 담장이 없다. 이웃과의 소통을 위해 울타리에 작은 문을 낸 집도 있다. 담장은 없지만 서로 옆집을 살펴주기 때문에 도둑이 없는 마을이다.

마을 단위로 입주해 원주민과의 갈등이나 민원도 없다. 귀농이나 귀촌 후 땅을 측량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명길 씨는 "나이 50을 넘으면 학력이나 지위도 필요 없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며 사람들과 정겹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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