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얼굴로 살고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세상이 아닌 남에게 보여지는 삶을 추구하며 산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남에게 보여주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에만 치중한다. 행복한 겉모습만을 보여주며 나 자신을 포장하는 것에만 열심이다.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화려하게 포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면 고통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화려한 겉모습 뒤로 숨으면 숨을수록 오는 공허함과 우울함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위로받으려 더 열심히 행복한 겉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24일(금)까지 DGB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정미 개인전은 이런 현대인의 단면을 소재화하고 있다. 화면 가득히 수많은 얼굴로 중첩된 '군중시리즈'는 현대인들이 지닌 '다양성 가운데 개별성' 또는 '개별성 가운데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다. 빼곡히 얼굴만 들어낸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르면서도 또 한편으론 한결같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 속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울한 표정, 무기력한 표정, 억지로 미소를 띤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여러 공간 속에 재미난 패턴과 아이템을 이용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표정을 포장하고 있다. 그럴수록 화려함 속에 감춰진 우울감과 공허함이 더 짙게 느껴진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지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군중 속 사람들이 나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건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아닌 나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소셜 네트워크에 업데이트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왜 남들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열등감과 비교의식에 남들보다 더 행복한 모습을 업데이트하면서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는 "개인의 생활이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함몰되어가는 것이 현대인의 초상"이라면서 "김 작가는 화려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개별에 대한 안타까움을 회의적인 표정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053)740-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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