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학력 인정 프로그램…현재 초·중등 과정 378명 재학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대구내일학교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내일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위해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초'중학교 학력 인정 프로그램. 2011년 명덕초교에 초등 과정을 처음 설치한 후 만학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점차 확대, 운영 중이다. 현재는 명덕초교 외에도 성서초교, 금포초교, 달성초교에서 초등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일중에는 중학 과정도 개설돼 있다.
지금까지 대구내일학교를 거쳐 졸업장을 손에 쥔 이들은 모두 307명(초등 과정 282명, 중학 과정 25명). 현재 재학생은 모두 378명으로 179명이 초등 과정, 199명이 중학 과정을 이수 중이다. 재학생의 평균 연령은 초등 과정 67세, 중학 과정 65세다.
이곳에서 다시 배움의 길로 접어든 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나이가 일흔을 훌쩍 넘긴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결혼이주여성도 눈에 띈다.
중학 과정에 다니는 김재호(74) 씨는 누나 김무순(78) 씨와 같은 반에서 공부한다. 어린 학생들보다 배움의 속도는 늦을지 몰라도 공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한발 앞선다. 중학 과정에서 공부를 마치는 게 아니라 대학교까지 가보는 게 그의 목표다.
"6'25전쟁 때 부모님을 잃고 집이 너무 가난해 중학교에 다니질 못했죠. 그동안 살면서 중학교 졸업장이 없어 늘 가슴 한쪽에는 부끄러움과 초라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누나와 짝이 돼 공부하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초등 과정에 재학 중인 김하은(30) 씨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민을 온 경우다. 한국어를 잘 몰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 대구내일학교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9월 입학했다.
"두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이곳에 입학했어요. 이젠 아이들 숙제도 자신 있게 봐 줄 수 있습니다. 같은 반 어르신들로부터 삶의 지혜와 한국 예절, 문화도 배울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돼요. 더 열심히 배워 대학교에 진학해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대구내일학교는 교육부 고시에 따라 초등 과정은 주당 3회 6시간, 중학 과정은 주당 3회 10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입학 때 별도의 진입 진단평가를 거쳐 초등 과정은 1년, 중학 과정은 2년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올해 대구내일학교의 신입생 모집 기간은 이달 16일부터 31일까지다. 초등 과정은 180명, 중학 과정은 120명을 모집한다. 올해부터는 생업 등으로 주간에 학습이 어려운 이들을 배려해 초등 과정에 야간반을 신설했다. 초등 과정 모집 인원 180명 중 30명은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 설치되는 야간반 정원이다. 야간반은 주당 3회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입학 신청자는 다음 달 29일 시행되는 진입 진단평가를 거쳐 9월 하순 입학식을 갖고, 10월부터 수업을 듣게 된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대구에는 아직 초'중학교 학력이 없는 이들이 27만6천433명(2010년 통계청 자료)이고, 이 중 85%가 60대 이상인 고령자라고 한다"며 "다른 지역이 학교, 복지관, 야학 등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반해 대구는 학교 업무 부담을 줄이고 초'중학교 학력이 없는 분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시교육청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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