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공화국

입력 2015-07-11 05:00:00

공화국(共和國)의 영어단어 republic의 어원은 라틴어 res publicus다. 여기서 res는 영어로 thing을 뜻한다. publicus는 영어 people의 어원인 populus에서 나온 형용사로 '공공(公共)의' '공중(公衆)의' '대중을 위한'이란 뜻이다. 따라서 res publicus는 '공공의 것' '공중을 위한 것'이란 의미다. 이것이 '왕정'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정립된 것은 17세기 이후이다.

동양에서 이 단어가 공화로 번역된 때는 네덜란드와 제한적인 교역을 하고 있던 일본 에도시대였다. 당시 학자들은 네덜란드 서적을 번역하면서 'republiek'(repubilc)이란 단어에 부딪혔다. 왕이 다스리지 않는 정체(政體)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단어로 번역해야 할지 몰랐다. 동양 역사에는 그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고전을 샅샅이 뒤졌다.

그런 노력 끝에 그런 때가 딱 한 번 있었음을 알아냈다. 바로 주나라 10대 임금인 여왕(勵王)이 폭정을 일삼다가 백성에게 쫓겨났던 B.C. 841~828년까지 14년간이 그것이다. 이때 나라를 주공(周公)과 소공(召公) 두 재상이 다스렸는데 함께(共) 합심해(和) 다스렸다고 해 공화라고 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주본기(周本紀)의 기록이다.

다른 설도 있다. 공국(共國)에 봉해진 제후 화(和)가 쫓겨난 왕을 대신해 통치했기 때문에 '공국의 화의 치세'라는 뜻으로 공화라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 황제(黃帝) 시대부터 전국시대 위(魏)의 양왕(襄王) 때까지를 편년체로 엮은 작자 미상의 역사서 '죽서기년'(竹書紀年)에 기록된 내용이다.

이런 기록을 찾아낸 이가 에도시대 한학자 오스키 반케이(大槻磐溪)였고, 그의 가르침을 받아 같은 시대 지리학자 미츠쿠리 쇼고(箕作省吾)가 마침내 republiek을 공화로 번역해 1845년 네덜란드 지리학 서적을 번역한 '곤여도지'(坤輿圖識)에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의 변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는 소리로도 들리는데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얘기다. 공화라는 말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한 일본 학자들만큼은 아니라도 단어를 선택하는 데 더 많은 고심이 필요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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