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로 물러났지만 정치적 주가는 치솟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직후 측근들과 만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남기를 바란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원내대표는 8일 늦은 밤 자신이 이끌었던 원내대표단과 해단식을 했다. 여권 내 '파워 게임'이 밑바닥에 깔린 2주일간의 파동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퇴 회견문에 담았던 '법과 원칙, 정의'라는 명분은 움켜쥐었지만 이를 실현할 힘이 모자라 꺾였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는 "각자의 정치적 이상이나 꿈이 다 잘 이뤄졌으면 좋겠고, 그걸 위해 내가 보답할 길이 있으면 최선을 다 하겠다"며 "서로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으면 서로 힘이 돼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당분간은 상임위와 지역구 잠행
유 전 원내대표는 비록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에서 타의로 물러나며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적 주가가 치솟아 개혁적 보수의 아이콘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대망론'까지 회자된다. 이에 따라 유 전 원내대표의 향후 행보는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분간 외부 접촉을 삼가면서 상임위원회(국방위) 활동 정도만 차분히 하는 등 사실상 '잠행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전했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앞으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유 전 원내대표가)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의정 활동은 충실히 하면서 당과 국가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몫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유 전 원내대표의 '여름방학'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인식이 확산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외 행보를 재개하리라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무대 옮기나?
일각에선 대구경북(TK)의 3선 의원인 유 전 원내대표가 이제 수도권으로 무대를 옮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주변에선 "이제 'TK 꼬리표'를 떼야 한다. 고등학교 3년 다녔으면 진학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운영을 주도할 경우 자신을 비롯한 이른바 '유승민 사단' 소속 의원들의 공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 같은 유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두고두고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진의가 어떻든 간에 외견상 박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선 '반박'(반박근혜)의 색채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보수층'의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그가 추구하는 '혁신적 보수' 노선을 걷는 데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유 의원이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흘러가느냐, 또 청와대의 공천개입 수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유 의원의 행보가 결정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두성 기자 유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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