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람직한 실버'근대문화거리가 되려면

입력 2015-07-10 05:00:00

대구시가 중구 경상감영공원 일대를 실버'근대문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오래된 주점과 다방 등 주변 환경을 정비해 깨끗한 분위기의 어르신 놀이터 겸 쉼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7년 하반기까지 38억원을 들여 보도블록을 바꾸고, 전봇대 등도 땅 밑으로 옮긴다. 혈압을 잴 수 있는 건강 부스와 체조, 댄스 강습도 가능한 야외 공간도 만든다. 또, 실버 축제도 만들고 어르신 작품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상가 등에 대해서는 간판을 무상으로 바꿔준다.

이 일대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이지만, 상권의 이동에 따라 지금은 활력이 크게 떨어진 곳이다. 한 블록을 경계로 북쪽은 오페라하우스와 시민회관, 대구역이고, 남쪽은 새로운 먹을거리 골목으로 떠오른 종로가 있지만, 이곳은 오랫동안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톡톡히 겪은 곳이기도 하다. 경상감영공원이 새 단장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모이게 됐고, 이에 따라 값싼 식당과 콜라텍, 다방 등 어르신의 형편에 맞춘 상가가 많이 자리 잡았다. 진골목과 종로 일대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시가 디자인시범거리 조성 사업의 하나로 이 일대를 실버'근대문화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바람직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구근대역사관과 순종황제어가길, 대구문학관, 클래식 음악감상실 녹향 등이 있어 어르신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도 많다. 특히 향촌동 일대는 한국전쟁 때 전국 문화예술인의 집합소였으며, 50대 이상이면 누구나 하나쯤은 추억이 있는 곳이어서 이들을 잘 연결해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전국적인 명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대구시는 좀 더 폭넓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거리 정비나 노인 조형물 만들기 등도 필요하지만, 초점은 이 일대를 어르신의 건전한 여가 선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작은 도서관도 만들고 게이트볼 등 간단한 운동을 하거나 장기, 바둑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주변의 여러 시설과 어우러진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아들과 손자 등 3대가 함께 찾는 가족휴식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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