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기부'로 이웃사랑 17년째…이장열 '빵나라 친구들' 사장

입력 2015-07-10 05:00:00

20만개 분량 1억원어치 전달

"남에게 알릴 정도로 큰 선행을 한 것도 아닌데요."

'빵나라 친구들' 이장열(55'사진) 사장은 제과업을 시작한 이후 평소 고민했던 '이웃사랑'을 '빵 기부'로 17년째 실천하고 있다. 그는 어릴 적 배고팠던 시절 든든하게 배를 채워줬던 '빵'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따라 이웃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빵을 만들고 있다.

달걀 도매업을 했던 그는 1990년대 후반 차량이 전복되면서 대퇴부가 골절되고 척추를 다쳐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장사가 잘돼 매출이 상당했던 이 사장은 수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10억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뭐라도 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의 도움을 구하던 중 거래처였던 제과협회 관계자를 통해서 수도권 유명 빵집 기술자가 대구에 내려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빵을 만들 줄 몰랐지만 파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며 "1999년 어린 시절 자랐던 비산동에 '빵나라 친구들'을 개점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처음 개업한 뒤 넉넉지 못한 살림이었지만 주변 이웃을 위한 '선행'을 생각했다. 그는 "지금도 열악하지만 당시 비산동은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들에게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날그날 남는 빵을 무료로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무료 빵 전달'은 소문을 타고 인근 성당과 동사무소 등으로까지 번졌다. 성당에는 매주 두 번씩 한 번에 100여 개의 빵을 전달했고 동사무소에서 추천하는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고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빵을 제공했다. 남는 빵이 없으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지 못할까 봐 빵을 더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는 "결국 내 손으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워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깨 동냥으로 배웠던 것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제빵'제과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이 사장이 개점 이후 17년간 이웃들에게 전달한 빵을 대략 계산해도 20만 개에 이른다. 개당 500원짜리 빵이라 하더라도 1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선행을 한 덕분인지 주변의 도움을 통해 빚도 거의 다 갚았다.

"그렇게 높은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 것일 뿐인데요."

이 사장의 '빵 기부'는 대한제과협회 대구경북지회 서구지부 회장을 맡은 뒤로 더욱 확대됐다. 서구지역 제과점 사장들과 힘을 모아 지역의 필요한 사람들에게 빵을 기부하게 된 것. 올 1월 달서구에 2호점을 문을 연 이 사장은 3월 대한제과협회 대구경북지회 부지회장을 맡으면서 대구 전역으로 빵 기부를 퍼뜨리려 한다.

그는 "현재 어린이 놀이방에는 빵을 제공하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 만들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협회 사람들과 논의해 다양한 빵 기부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