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KBO리그에서 팀 평균자책점 최소 1, 2위를 다투는 팀의 맞대결다웠다. 승패를 떠나 팬들이 야구의 묘미를 즐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삼성이 9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8차전에서 연장 11회말 김재현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2대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시즌 4차례 연장전을 모두 챙기며 4연승을 달린 삼성은 47승 31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삼성은 목요일 경기 3연패의 징크스도 끊었다.
이날 두 팀은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가동했다. 삼성은 알프레도 피가로'안지만'임창용이 이어 던졌고, SK는 김광현'정우람'윤길현'문광은으로 맞불을 놓았다. 야수들 역시 단 하나의 실책 없는 '철벽 수비'로 투수들을 도왔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에이스 진검승부를 펼친 피가로와 김광현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첫 맞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됐던 피가로는 이날 121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을 7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당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김광현 역시 7⅔이닝 10피안타 1실점으로 에이스다운 위용을 뽐냈다.
옥에 티는 4회에 나온 원현식 주심의 오심이었다. 0대0이던 4회 삼성 공격에서 2루 주자 최형우가 박석민의 내야안타를 틈타 홈을 파고들다가 태그아웃됐으나 정작 TV 중계화면에서는 최형우를 태그한 김광현의 글러브 속에 공이 없었다. 투수와 포수 사이 묘한 위치에 떨어지는 바람에 아무도 잡지 못한 공을 주운 것은 1루수 브라운이었다. 얼떨결에 글러브를 갖다댄 김광현의 태그 동작에 심판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두 팀은 6회와 7회 1점씩 주고받았다. SK가 6회 브라운'김강민'이대수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올리자 삼성은 7회 나바로'최형우'박석민의 연속 안타로 동점을 이뤘다. 추가 득점 기회를 어이없이 놓친 장면도 비슷했다. SK는 6회 무사 1'3루에서 윤중환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1루 주자 이대수의 2루 도루를 저지하려던 삼성 포수 이지영의 송구를 가로막아 수비방해로 아웃돼 흐름이 끊겼다. 삼성은 7회 무사 1'2루에서 이승엽이 좌익수 뜬 공, 채태인이 병살타에 그치는 바람에 달아나지 못했다.
셋업맨들도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 안지만은 2이닝 무피안타, SK 정우람은 1.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마무리투수 삼성 임창용과 SK 윤길현 역시 2이닝과 1이닝씩 책임졌다.
팽팽한 승부는 결국 연장 11회에 갈렸다. 최형우의 볼넷, 이승엽의 고의사구로 잡은 2사 1'2루에서 김재현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 4시간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059에 그치고 있던 대수비 요원 김재현의 시즌 첫 타점이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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