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희(대구 달서구 성서서로)
어릴 때 고향집은 정말 아름다웠다. 봄이면 누런 보리밭 사잇길로 들려오는 청아한 뻐꾸기 소리는 심금을 울려 주었다. 탱자나무 담장 사이로 지절대는 참새 소리는 또한 아침 단잠을 깨워 주었다. 여름이면 산과 들에 핀 야생화는 눈을 황홀하게 해주었다. 이런저런 넝쿨 꽃나무로 월계관을 만들어 써보면서 혼자 승리의 기쁨도 맛보곤 했다. 가을이면 해 저물도록 소 먹이다가 돌아오면 지붕 위에 박꽃이 피기 시작한다. 달빛이라도 내리는 밤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초가지붕을 온통 하얗게 뒤덮었다. 겨울이면 소나무에 내린 눈 풍경.
사랑방에서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그럴듯한 옛이야기는 미래의 꿈을 열어 주기도 했다. 아름다운 꽃들,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흐르는 듯한 낙원이었다. 평화로운 고향마을은 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었다.
지금 내 고향은 예전의 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빽빽이 들어선 공장들, 여기저기 들러보면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거대한 건물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환하게 고향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본다. 지금은 지난 시절 함께했던 이웃들의 즐거운 모습, 정다웠던 음성을 기억해 보면서 살아간다.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사람들이 너무 그립다.
모두가 이제는 내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꿈을 꾸어도 그 무대는 고향마을 뒷산, 오솔길이 되어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해 질 녘 황혼 빛을 등에 지고 돌아오는 소먹이 아이들의 그림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 풍경은 언제나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고향마을은 이렇게 많은 것을 베풀어 준데 대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도시 속에서 살면서 시골 아낙네로 변신한 기분이 든다. 고향마을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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