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영예, 감사할 따름…
시 당선 소감-이 성 재
팔순을 훌쩍 넘기고 나니 매사에 둔감해지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일만 해도 그러했다. 평소에 친숙하게 지내던 J여사님께서 매일신문사 주최 시니어문학 현상모집이 있으니 꼭 한번 응모해보라고 권했으나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80평생에 한 번도 이런 데에 응모해 본 경험도 없거니와, 늘 혼자서 긁적거려 보았던 글을 겁 없이 내 놓았다가 망신만 당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호기심도 동하고 해서 작품모집요강을 살펴보았더니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 상을 준다는 것을 알고서는 나대로의 짐작이 갔다. "옳지, 시니어문학상이란 것이 우수한 작품을 선발하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황혼 길을 걷고 있는 늙은이들에게 어떤 위안과 격려를 주고자 하는 것이 매일신문사의 취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너그러운 의도에서라면 나같이 부족한 사람의 작품도 혹시 한 편 끼워 줄지 알 수 있나, 나도 한번 응모해 보자" 라는 마음에서 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 기울인다고는 했지만, 우수한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들 터인데 어찌 감히 입상까지 바라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는데 천만뜻밖에도 나의 졸작이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런 나에게 당선 소감을 묻는다면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서 어리둥절하였고, 그다음에는 변변치도 못한 작품에 과분한 영예를 안겨 주신데 대한 불안감과 부끄러움, 셋째는 이런 문학상을 마련해 주신 매일신문사의 깊으신 배려와, 작품답지도 못한 저의 작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지나온 생애를 잠시 회상해 보면 21살이었던 대학 1학년 때 6'25라는 전란을 만나,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세 발의 총탄에 평생 불치의 상이자가 되자 곱게 그려 보았던 인생설계도는 먹칠이 되어버렸고, 따라서 한으로만 남게 된 내 젊은 날의 동경과 그리움, 아쉬움, 울분, 그리고 체념 등을 글이라는 수단을 빌려 제 스스로에게 털어놓고 위로하며 살아왔습니다. 글쓰기는 그렇게 평생 저 자신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햇살이었습니다. 차원 높은 문학적 기법도, 기교도 없는 투박하고 수수한 저의 작품에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과분한 영예를 안겨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염을 모아 깊이 머리를 숙입니다.
◆좋은 날
이성재
산은 저만치 물러나 있어 좋고
물은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어서 좋다
볕(陽)이 나는 날은
온 누리가 환해서 좋고
비가 내리는 날은
내 가슴 흥건히 적셔 주어서 좋다
바람이 이는 날도
구름에 가린 날도
삼백예순날 날마다 좋은 날
이 세상에 네가 있어
내가 이리 좋은 것처럼
내가 있어 너도 나처럼
좋은 나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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