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버스 사고, 나도 당할 뻔"…대구경북 여행객 불만 폭주

입력 2015-07-03 05:00:00

쇼핑점 돌며 정규 일정 빠듯…질 낮은 저가상품 위협 상존

주부 오모(59) 씨는 최근 중국 황산으로 여행을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인솔자는 황산으로 가는 길에 라텍스 판매점 등 쇼핑 장소를 이리저리 돌았다. 결국 시간에 쫓겼고 황산에 도착한 건 오후 4시쯤. 일몰이 가까웠는데도 인솔자는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정상 등반을 권했고 오 씨는 인솔자도 없이 다른 관광객 20여 명과 함께 등정에 나섰다.

정상에 이르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인솔자도 없이 오른 관광객들은 컴컴한 산속에서 비를 맞으며 내려와야 했다. 오 씨는 "기다시피 하며 내려왔는데 인솔자는 사과도 없었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버스 참사를 계기로 중국 관광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연간 4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국내 최대 여행국이지만 질 낮은 저가 상품이 많아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영세한 현지 여행사들까지 난립, 사고가 날 경우 제대로 보상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3면

중국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꼽힌다. 지역 여행업계는 전체 단체관광객 중 40%가량이 중국을 찾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구국제공항에 직항 노선이 많은 점도 중국 관광객이 많은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여행 소비자 불만은 폭증세다. 대구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접수된 해외여행 관련 상담 건수는 모두 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건)에 비해 46.7%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불만 145건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관광의 경우, 쇼핑점을 다니다가 시간이 빠듯해 정규 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시간에 쫓겨 다니다 차량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지 여행사 중에는 정식 여행사로 등록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 운영하는 영세 업체가 적지 않다. 영세 업체 경우,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저가로 계약을 따내는 사례가 많고, 저가 상품은 잦은 쇼핑과 옵션 상품, 무리한 일정 운영 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특히 사고가 나도 여행사 대표가 종적을 감추면 보상받을 길조차 막막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버스 등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보험 가입 여부나 운전기사의 대형면허 소지 여부도 확인이 어렵다. 일부에서는 관광버스로 등록돼 있지 않은 버스를 운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에도 사고가 나면 보상을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

대구 여행업체 대표는 "중국은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준에 따라 한국에 중국인 관광객 전담 여행사를 지정하는데 우리는 전혀 기준이 없다"며 정부의 무관심을 성토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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