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진입로 급커브 방향 못 틀어 다리 충돌…사고 지점서 병원 1시간 거리
"승객들이 뒤집힌 버스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아우성을 쳤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조현애(45'여) 경북도 사무관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고가 난 지 수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사고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사고 당시 조 사무관은 사고가 난 버스의 뒤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당시 버스는 고구려와 발해 유적을 탐방한 후 항일 운동 현장 탐방 학습을 위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과 단둥(丹東)의 조선족 마을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방행정연수원에 파견 중이던 교육생 등 148명은 버스 6대에 나눠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5호차에는 교육생 24명과 인솔자 4명 등 28명이 타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의 나른한 시간. 버스는 지안과 단둥의 경계 지점에 있는 조선족마을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진입로에 진입하는데 급제동을 거는 소리가 나며 갑자기 버스가 멈추더군요. 놀라서 바깥을 보니 앞서 가던 버스가 다리에서 15m 아래로 굴러 떨어져 하천변에 뒤집혀 있었어요."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공무원들이 일제히 버스에서 내려 구조에 나섰지만 현지 구조대 도착이 늦어지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버스는 급커브에서 방향을 틀지 못하고 다리 난간에 부딪힌 뒤 전복되며 하천으로 빠졌다. 당시 의식을 잃지 않은 탑승객들은 버스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버스가 납작해지는 바람에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버스에 매달려서 구조 요청을 하는데, 정말 어떻게 표현할지…." 조 사무관은 처참했던 사고 순간이 떠오르는 듯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졸면서 제대로 다리에 진입하지 못하고 난간에 부딪혔다고 했고요. 사고 후 중장비가 동원된 뒤에야 사상자들을 구조했어요."
도미숙(55'여'봉화군) 사무관도 "납작해진 버스를 현장에서 트랙터를 동원해 버스 천장과 바닥 사이를 벌려 사람들을 끄집어냈다"면서 "사고 지점에서 병원이 있는 지안까지 1시간이나 걸려 사망자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빈은선 대구시 인사과 사무관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다른 차에 있던 연수생들이 함께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구조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빈 사무관은 "버스가 뒤집혀 있었고 추락 충격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중국 당국의 구조 활동도 빨리 진행됐지만 워낙 사고가 커 현장에서 사망자와 중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 같다"면서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 공무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영학 대구시 택시운영과 사무관은 "크게 가파른 길이 아니었는데 버스가 커브를 돌다 15m 아래로 추락했다"면서 "사고 직후 사망자와 부상자는 바로 지안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경우 6명의 5급 공무원이 참가했으며 5호차를 제외한 버스에 나눠타고 있어 사고를 피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정광용 사무관과 장현종(55'울진군) 사무관은 가장 먼저 구조됐다. 구조된 이후 정 사무관은 위독한 상태여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무관은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각) 매일신문과의 통화 도중 "갑자기 병원에서 정 사무관이 위독하다고 연락이 와서 모두들 병원으로 달려간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정 사무관은 사고 4시간 후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졌다.
교육생들은 버스에 머물며 중국 공안의 통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사고 상황과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번 연수는 대구시청 공무원 6명, 경북도청 공무원 7명, 경북도내 시군 공무원 6명 등 모두 19명의 공무원들이 참가, 중국 옌지와 단둥, 다롄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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