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그런 시절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입력 2015-07-02 05:00:00

기자의 나이 42세. 아직 철이 없음을 고백한다. 항상 실수투성이인 데다 세련된 맛도 없고, 그렇게 도덕적이고 양심적이지도 않다고 자평한다. 세상도 40여 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학까지 성대(성균관대)를 졸업했지만 내 삶에 태평성대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그때그때 고뇌로 전쟁터 못지않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현재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이상은 항상 높았다. '평화롭고 정의로운 삶'. 현실은 매번 낮았다. '혼란 속의 비굴한 삶'. 돌이켜보면 그렇다.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시절 이후 5년마다 정권(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이 바뀔 때, '정의와 원칙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결국 부정비리로 인한 국민 고통만 가중됐다. 국민들의 고혈(膏血)로 권력층, 대기업 등 가진 자들을 위한 파티만 계속됐다. 언제 국민들이 편안한 시절이 있었던가 되묻고 싶다. '양반-쌍놈'의 계급이 사라진 현대에 서민들을 신분마저 천민으로 격하시키는 경제적 양극화는 끝 간 데를 모르고 치닫고 있다.

오랜 역사를 돌이켜보면 더하다. 이 좁은 한반도는 고구려-백제-신라로 나뉘어 땅따먹기를 위한 전쟁터였으며, 통일 신라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도 왕이 바뀔 때마다 피로 얼룩진 역사였음을 배웠다. 36년의 일제 식민지, 남한(자유주의)과 북한(사회주의)으로 찢어져 치른 동족상잔의 비극(6'25전쟁) 등 민초들에겐 지옥과 같은 아픔을 줬다.

지난해 말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박문수가 죽기 전 영조에게 보냈던 편지 한 통이 문득 떠오른다. 박문수는 영조에게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나라! 아직 늦지 않았다"며 당파 싸움에서 한걸음 벗어나 마음을 고쳐 먹을 것을 당부했다.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고자 열혈 청춘을 불태웠던 사도세자도 당파싸움에 최대 희생자가 되어 뒤주에 갇혀 죽었다.

우리가 사는 작금의 현실은 정의가 사라진 세상인 것 같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정의와 형평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리고 돈 몇 푼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다. 대학교 정치학개론 수업에서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데이비드 이스턴)이라고 배웠건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정치란 몰가치의 불균형 배분'이란 부정적인 생각이 뇌리 속에 꽉 찼다.

처녀 판도라가 금단의 상자를 열면서, 인류의 모든 질병과 악행, 재앙이 세상 속에 퍼졌다고 한다. 그런데 급하게 닫아서 마지막으로 상자 속에 남게 된 것이 '희망' 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인간은 항상 꿈꾸고 기대하는 걸까. 에덴동산과 같은 평화로운 나라를…. 국민들은 매번 속으면서도 권력자들이 항상 그런 세상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이런 독백을 해본다.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나라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지 모르지만 말이나마 참 멋지다. '헛된 희망'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인들에게 한 번 들이대 본다. 박근혜 전~~하!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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