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나는 퀴어하다

입력 2015-07-02 05:00:00

지난주부터 여기저기 무지개 빛깔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공식적으로 미국 전 지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이에 동성결혼 합법화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의미로 SNS에서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성 소수자들의 상징인 무지개색을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오버랩해 게시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 판결 이틀 뒤인 28일에는 서울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해 그 분위기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대구에서는 올해로 7회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대구 중구청과 대구지방경찰청에 막혀 개최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는 5일 퍼레이드로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고, 사진전, 영화제, 연극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2009년부터 매년 지속되어 온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초기 소규모로 진행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그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까지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던 축제가 올해 이 같이 제한된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물론 여전히 이에 반대하는 강한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에는 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대구까지 원정을 온 보수 기독교 세력까지 가세해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역시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기도 한다.

동성애는 오랜 세월 동안 금기였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기 전까지 성 소수자들은 심지어 정신병자 취급까지 당해온 셈이다. 알려지는 순간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물론 온갖 멸시와 혐오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심장 졸이고, 숨어야 했던 세월이었기에 이번에 내려진 판결은 그 의미가 깊다. 단지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사회 안에서 겪어 온 차별은 아마 당사자가 아니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으리라.

다른 영역이기는 하나 이같이 차별받아 온 소수집단이 동등한 권리를 획득한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바로 지난달 25일 대법원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합법화 판결이다. 불법체류자도 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이 같은 소식은 배제되어 온 소수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더 성숙한 사회로의 도약으로 느껴져 심장을 뛰게 한다.

퀴어(Queer)는 '이상한' '색다른'이라는 뜻이다. 동성애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수많은 퀴어한(이상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상'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이를 벗어나는 이들에게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고, 차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가 되짚어 봐야 한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삶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 소수자의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가 조금 더 빨리 오기를 바란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퀴어한 측면이 제재 받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나는 퀴어하다.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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