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지방환자 수도권 유출 많아
막연한 기대심리 '서울 의존증' 유발
대구경북 이해도 높은 인적자원 발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야
전국이 메르스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가의 정상적인 기능까지 영향을 받고 있으니, 분명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방역체계상의 미흡한 부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최고 수준으로 인식됐던 삼성서울병원이 지방으로 메르스를 확산시키는 매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태의 이면에는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병원 선호 현상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서비스 분야의 수도권 의존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는 우수한 의료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지역 환자의 관내 진료비율은 92.4%, 환자 유입률은 14.8%로 전국 상위 수준이지만, 암'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자의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유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의료여건이 괜찮은 대구에서도 서울로의 환자 유출이 많다 보니, 서울의 국내 상위 5개 대형병원 전체 진료비의 60% 이상이 지방 환자의 몫이라는 얘기도 있다. 첨단 의료장비와 함께 국내 최고 의료진이 포진하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서울행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로의 환자 유출에는 서울이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서울 우월적 사고방식' 또는 '서울 의존적 경향'은 의료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지역의 원로 학자가 몇 해 전 자치단체 고위공무원을 우연히 동대구역에서 만났는데, 그 공무원은 서울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하러 간다면서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 원로 학자는 지역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서울의 인력에 우선적으로 의존한다고 씁쓸해했다고 한다.
사실 지역을 발전시키는 전략에는 지역 외부의 자원에 의존하는 외생적 방식도 있다. 하지만 외생적 방식이 지역 고유의 특성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최근에는 지역 자원의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내생적 전략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내생적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역 인적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내생적 발전을 외치면서도 지역인재에 대한 육성'발굴과 활용 노력보다는 서울 인재에 대한 의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행정 시스템이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우수한 인적자원이 서울에 집중돼 있으니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의 인적자원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수록 지방의 서울에 대한 종속성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인적자원에 대한 발굴과 활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지역 인적자원에 대한 신뢰가 약해서 발생되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환자 유출 문제 중의 하나로 의료기술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혹은 의료진의 서비스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즉 지역 전문가들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못하거나 신뢰를 축적하려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에 서울 전문가를 더 찾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지역의 인적자원을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지방의 수도권 종속성을 벗어버리기 어렵다. 지방에는 사람이 없다는 불평 속에서 소규모 인력 풀(pool)을 반복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지역 전문가를 광범위하게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전문가들의 활용이 확대되면 그들의 지역 소속감도 증가하는 선순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구경북의 인구 규모, 지역의 우수한 대학과 연구기관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서울보다는 지역 전문가의 층이 얇기 때문에 그들이 엘리트 의식을 가질 가능성도 있지만, 조금은 친절하고 조금은 현실 참여적 자세로 지역 문제를 자신들의 전문 영역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운/계명대 교수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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