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두려 SNS에 글 올려…3일 만에 모인 성금 300만원
지난 5월 21일 이인자(53'여) 씨는 초등학교 동창 이욱기(53) 씨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을 찾았다.
8인실 병동 내 한 침대에서 호스에 의존하며 누워 있던 욱기 씨는 제대로 씻지 못해 얼굴과 몸에는 때가 굳어 있었고 대소변도 처리하지 못해 병동 안은 악취로 가득했다.
욱기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87세 홀어머니와 살고 있어 돌봐줄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 고비"라는 의료진들의 말에 인자 씨는 욱기 씨의 건강보다도 그가 느낄 '외로움'에 마음이 더 아팠다. "늘 동기 모임에는 가장 먼저 와 있던 친구였어요. 동기 모임이 유일한 놀이터이자 소통의 공간이었을 친구에게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외롭지 않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자 씨는 수건으로 욱기 씨의 얼굴과 몸을 닦고 나서 옆에 앉아 소설책을 읽어줬다. 또 욱기 씨에게 도움을 주고픈 마음에 간병인을 두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24시간 간병인은 한 달에 240만원, 12시간만 해도 120만원이나 했다. 순간 인자 씨 머릿속에는 127명이라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떠올랐다. 십시일반이면 한 달 간병인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자 씨는 SNS에 글을 남겼다. "…강남커피 한 잔이 1만5천원이고 사이좋게 친구와 국수 두 그릇 먹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돈이 아니라 친구에게 127명의 친구가 있음에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 줄 우리의 선물입니다…." 동창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글을 올린 지 3일 만에 성금 300여만원이 모였다.
하지만 욱기 씨와의 작별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 '1만원 우정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2주 만에 욱기 씨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친구가 힘을 내서 더 오래 살 줄 알았어요. 매달 모금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채 한 달도 안 돼 저 세상을 가서 다들 슬픔이 컸죠." 친구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성금을 욱기 씨의 홀어머니에게 전했다. 욱기 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동창들에게 '우정'이라는 소중함을 남겼다. "친구를 도와주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모두 '우정'이라는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수 있었어요."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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