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이야기/미셸 리 지음/추수밭 펴냄
런던,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영국신사, 셜록 홈즈, 전통, 비틀스, 산업혁명, 대영제국, 런던탑, 런던의 안개, 자본주의, 버킹엄 궁전, 셰익스피어, 축구, 노팅 힐, 해리 포터, 세인트 폴 대성당…. 그런 것들일 것이다.
런던이 런던인 이유는 거기 '런던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갓난아기의 이름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들 듯이, 역사가 없었다면 런던은 모호한 어쩌면 존재하거나 말거나 관계없는 도시일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굳이 런던의 역사를 알아야 할까? 외국 특정 도시의 역사를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그만이다. 지은이는 그럼에도 우리가 런던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영국의 수도라는 의미를 넘어 런던은 우리의 일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 '런던 이야기' 는 짐승 반 사람 반의 야만으로 불렸던 유럽의 변두리 도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대 세계의 대표적 도시 혹은 도시의 뿌리가 되었는지, 어떻게 우리 일상 속으로 깊게 파고 들어왔는지 들려준다.
런던만큼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은 도시도 드물다. 런던에 가보지 못했지만 런던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런던에 대해 막연한 호의를 갖고 있다면 아마도 오늘의 인류사를 완성시키는 데 기여한 런던의 역사 때문일 것이다.
세계 시간 기준이 되는 그리니치, 세계 공용어로 불리는 영어의 고장, 자본주의 혹은 민주주의, 산업혁명, 신사의 양복, 런던에서 발명한 지하철 등은 '현대의 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의 그리니치 시간을 기준으로 일상을 계획하고, 매일 아침마다 정장을 입고, 런던에서 처음 만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니 말이다. 로마의 식민지에서 출발한 섬나라의 작은 도시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 발달한 세계 도시의 상징이 된 런던에 이야기와 사연이 없을 리 없다.
지은이는 "런던은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들의 무대이자 살아 숨 쉬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런던의 역사는 유명한 건축물에만 있지 않고, 발생한 사건에만 한정돼 있지도 않다.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충돌하면서 세계로 확장했던 공간이다. 까닭에 인류발달사의 희로애락이 런던 골목 구석구석까지 주름처럼 새겨져 있다. 교과서나 권위 있는 역사서들이 사건의 굵은 선을 나열하며 짚어간다면 이 책은 그 이면에 숨은 사연과 의미를 차근차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책의 성격을 설명한다. 말하자면 '런던 아이'와 같은 런던의 명물보다는 보로 마켓처럼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을,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박제화된 명소보다는 산업혁명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뒷골목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책은 총 6부 32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로마 황제가 세운 브리타니아 이야기로 '런던의 탄생과 유년기'를 보여주고, 2부에서는 의회의 시작과 백년 전쟁, 흑사병, 최초의 국민운동인 1381 농민봉기, 장미전쟁 등을 통해 '동란을 통한 성장기 런던의 모습'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종교개혁과 영국을 황금시대로 이끈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 셰익스피어 등을 통해 황홀한 세월을 구가하는 런던의 모습을, 4부에서는 1665년 런던 대역병, 1666년 빵집에서 난 불이 런던 대화재로 번진 사건, 1688년 명예혁명, 섹스 산업에 빠진 런던 등을 통해 '위기에 빠진 청년 런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5부에서는 프랑스 나폴레옹과 전투,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 등을 통해 '밖으로 뻗어나갔던 전성기 시절 런던'을, 6부에서는 인권존중의 근대사회, 런던에 떨어진 나치의 폭탄, 철의 여인 대처 총리의 빅뱅 등을 통해 '안으로 정착하는 성년기의 런던'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런던의 톱 명소 8곳을 소개한다.
지은이 미셸 리는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부모와 함께 뉴질랜드로 이주했으며, 오클랜드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2006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런던이 어떻게 만들어진 도시인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607쪽, 2만2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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