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청 내 안익사·대건관 인근 두 그루 현장 조사
한라산 왕벚나무의 존재를 세계에 최초로 알리며 일본산으로만 알려졌던 왕벚나무의 기원이 한국에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1873~1952) 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내 그의 묘소 인근에 그가 제주도에서 가져와 심은 왕벚나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남산동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내 안익사 옆과 대건관 옆에 있는 왕벚나무 두 그루에 대한 현장 조사가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한국으로 와 사목했던 에밀 타케 신부의 행적을 추적해 그가 심은 왕벚나무가 대구대교구청 내에 있다는 사실을 제보한 정홍규 신부를 비롯, 왕벚나무 연구 전문가인 김찬수 제주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천연기념물 전문가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노거수(수령이 많고 커다란 나무) 전문가인 이정웅 달구벌 얼 찾기 모임 대표 등이 모였다. 이 자리에는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와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조사에서 안익사 옆 왕벚나무의 수령은 90년 이상, 대건관 옆 왕벚나무는 60~70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밀 타케 신부가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 3대 교장으로 부임한 시기는 1920년대이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에 왔으니 안익사 옆 나무의 수령과 거의 일치한다. 그때 왕벚나무를 심었다는 얘기다. 정홍규 신부는 "'제주도에서 왕벚나무를 가져와 심었다'는 에밀 타케 신부의 기록 및 주변 증언들과 일치한다"고 했다.
이 왕벚나무들이 제주도에서 온 것인지를 밝히는 유전자 검사 결과는 약 한 달 뒤에 나온다. 김찬수 소장은 "왕벚나무 자생지가 어디인지를 두고 한국과 일본 간에 '꽃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왕벚나무 조사를 계기로 에밀 타케 신부의 식물학자로서의 업적도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홍규 신부는 "에밀 타케 신부는 사목했던 제주도, 남해안, 대구 등에서 식물 채집 및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펼쳤다. 왕벚나무를 비롯해 그가 유럽에 보낸 식물 표본들은 당대 유명한 식물학자들에 의해 연구됐다. 또 한국식물분류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며 "에밀 타케 신부 관련 자료를 계속 모으고 있다"고 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키워드
한'일 왕벚나무 자생지 논쟁
왕벚나무는 1900년 한 일본원예잡지에 의해 일본 오오시마 지역에 자생하는 것으로 먼저 알려졌다. 그런데 1908년 제주도에서 사목하고 있던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채집, 유럽 학계에 보고하면서 왕벚나무 원산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현재 일본에는 확인된 왕벚나무 자생지가 없는 반면, 한라산에는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제주도에서 뭍으로 건너 온 왕벚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대구에 뿌리내린 채 자라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현재 뜨거운 이슈인 한'일 학계 간 왕벚나무 자생지 논쟁에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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