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를 보자] EBS1'씬 레드 라인' 27일 오후 11시 5분

입력 2015-06-27 05:00:00

2차 세계대전 중 부대에서 탈영했던 미 육군 위트 이병은 웰시 상사에게 발각돼 과달카날 전투를 준비 중인 부대로 복귀하게 된다.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과달카날 섬에 일본군이 비행장을 건설하자 미국은 일본군을 소탕하고 섬을 탈환하려고 해병대를 보낸 것이다.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지지부진한 싸움을 이어가던 부대원들은 각자 다양한 운명에 직면한다. 켁 병장은 수류탄 폭발로 사망하고, 전쟁에서 공을 세워 장군이 되려는 욕심에 찬 고든 톨 중령은 부하들에게 정면 돌격을 명령하지만 중대장인 스타로스 대위는 부하들을 총알받이로 쓸 수 없다며 명령에 불복한다. 맥크론 병장은 정신을 잃고, 벨 이병은 아내로부터 이혼통보서를 받는다. 결국 계속되는 고든 톨 중령의 정면 돌격 명령에 미군은 일본군을 무참하게 짓밟고,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미 삶의 희망을 버린 위트는 일본군에게 붙잡혀 자살을 택한다.

'영상으로 철학 하는 감독'으로 불리는 테렌스 맬릭의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쟁이란 자연의 본성일까?'라는 위트 이병의 질문으로 시작함으로써 전쟁 그 자체의 본질과 인간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 그리고 자연이 서로 또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직설적으로 제기한다.

이 영화는 같은 해 개봉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자주 비교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감상적이고 대중적인 이야기 전개로 아카데미를 휩쓸었지만, 이 영화는 관찰자적이고 무덤덤한 자세로 전쟁과 인간에 대해 철학적이고 깊이 있게 묘사한 서정시에 가깝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는 외면받았지만, 4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러닝타임 170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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