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안 주짓수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제 독자들은 주짓수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글을 쓰는 기간 동안에도 종합격투기 무대에서는 파브리시오 베우둠 선수가 케인 벨라스케즈 선수를 길로틴 초크로 탭을 받아내면서 UFC 헤비급 통합챔피언이 되었다. 바닥을 등지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주짓수, 이 주짓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살펴보자.
주짓수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작은 힘으로 큰 힘을 극복하는 무술이다. 따라서 체격이 작고 힘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체격이 크고 힘센 사람을 제압할 수 있다. 실제로 여자가 남자를 제압하는 경우도 많으며, 60㎏ 정도 나가는 사람이 100㎏ 넘는 사람을 제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크고 강한 육체나 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천부적인 신체의 강인함은 좋은 것이다. 주짓수의 큰 장점은 자신의 주짓수에 깊이를 더하거나 수준을 높이는데 강한 육체나 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기술을 매트 위에서 얼마나 수련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주짓수를 하다 보면 스파링이나 시합에서 승부를 겨루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경우에는 자신감과 승리의 짜릿함을 함께 가질 수 있다. 제압당하는 경우에도 패배의식에 빠져들지 않고 자신을 분석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파악하고 더 노력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정신수양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또한 상대와 겨루어보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혹은 체력이 증진되었는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물론 강한 상대와 겨루게 되면 아무것도 못하고 탭을 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처음 5분 동안에 10번 탭을 쳤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탭을 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면, 당신의 실력과 체력은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다.
주짓수는 운동 장비가 필요한 운동이 아니다. 주짓수는 동료와 같이 즐기는 운동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고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동료와의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동료들은 자신의 주짓수 실력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세대 차이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주짓수는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주짓수의 많은 움직임은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한다던가 아니면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서 상대방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는 동작들이 많다. 즉 부드러운 동작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힘을 흘려버리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강한 힘을 소유한 남성들을 여성이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제압하는 것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이 실전성 때문에 많은 특수부대들에서 필수과목으로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주짓수는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에도 좋은 운동이다. 현대인들은 업무나 학업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며 많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주짓수를 할 때 상대와 맞잡고 뒹굴게 되는데, 이때 모든 신경이 나와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더욱이 호흡과 유연성 운동, 동물 동작을 흉내내는 움직임을 하게 되면 이상적인 신체 균형을 만들 수 있다. 몸의 움직임은 곧 운동량과 직결되는데 주짓수를 하는 동안 기본적으로 생존과 제압을 위해서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까닭으로 체중 감량에도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수련할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기술을 아는 것이 승리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주짓떼로들도 각각의 포지션에서 숙달된 몇 가지 기술만 사용하여 승리한다. 고수들의 경기에서는 기술의 다양성이 아니라 자신이 수련한 기술의 깊이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주짓수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은 그 모든 기술을 따라할 수는 없다. 몇 가지 기술을 열심히 연습해서 조합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즐기면서 주짓수를 할 수 있고,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얻는 삶의 윤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선수(쎈짐 하양지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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