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 볼까요-왕초보 낚시] 장마와 새로운 시작

입력 2015-06-25 05:00:00

계곡지 새물 유입구를 공략중인 여성. 한국낚시방송 제공
계곡지 새물 유입구를 공략중인 여성. 한국낚시방송 제공
청호지에서 낚인 52㎝급 배스
청호지에서 낚인 52㎝급 배스

가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소양강댐의 경우 지난주 수위는 152.99m로 역대 최저치인 151.93m와 불과 36㎝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빙어 축제로 유명했던 강원 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마 축제를 열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다행히 장마 전선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중부 지역의 가뭄을 해갈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다행히 영남은 장마의 단비를 맛볼 수 있겠다. 장마는 농부들만이 아니라 낚시인에게도 반가운 존재다. 저수지 수위가 상승하면서 붕어 낚시인이나 배스 낚시인 모두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헌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담는 오름 수위

강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장마와 태풍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면서부터 농경 때문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많은 저수지에 새 물이 유입된다. 이때부터 저수지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높은 수온 탓에 부유물이 급격히 늘고,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질이 나빠지고 용존 산소량이 줄어들던 지금까지와 달리 새 물이 유입되는 것이다. 비로 인해 유입된 새 물은 더러웠던 저수지를 청소한다. 부유물과 바닥의 찌꺼기는 넘치는 물을 따라 떠내려가고, 뜨거웠던 수온은 점점 식어간다. 수위가 상승함에 따라 그간 뭍으로 드러나 있던 공간들이 다시 물속으로 잠겨 새로운 은신처와 먹잇감을 제공한다. 맑아진 수질과 꾸준히 유입되는 새 물은 저수지의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배스는 이때부터 다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이처럼 오름 수위의 긍정적인 영향은 셀 수 없이 많다.

◆맑은 물이 들어오는 깨끗한 저수지를 찾아라

대부분 저수지는 그렇지 않지만, 천이나 강이 유입되는 곳이나 상류에 논이 위치한 저수지는 맑은 새 물이 아닌 흙탕물이 유입된다. 배스는 흙탕물에 매우 취약한 어종 중 하나이다. 물론 흙탕물 속에서 완전히 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활성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장마 기간 오름 수위 특수를 누리려면 우선 흙탕물이 유입되지 않는 저수지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대구 주변의 산 아래 저수지들은 대부분은 큰 비가 와도 맑은 물이 유입되는 편이다. 특히 작은 계곡을 통해 새 물이 유입되는 포인트들은 물색이 정말 맑고 수온도 차 뜨거웠던 저수지를 금방 식혀준다. 비가 시작되는 1~2일 차, 이런 저수지들의 새 물 유입구는 핫 포인트가 된다.

◆다양한 채비 운용을 경험할 수 있는 새 물 유입구

장마 기간은 평지보다 산을 낀 계곡지가 좋다. 맑은 새 물이 여러 곳에서 유입되면, 새 물 유입구 대부분 물살에 밀려 내려온 작은 돌과 모래가 쌓여 험프가 구성되어 있다. 또한 주변에 정수 수초가 발달해 있는 경우가 많다. 수위 상승이 많이 이루어진 곳은 육초나 나무들이 잠겨 더할 나위 없는 포인트를 형성하는 때도 많다. 작년 물을 완전히 빼는 바람에 지금은 명성을 잃었지만, 대구 북구의 서리지는 장마 기간 아주 훌륭한 포인트였다. 금호지, 연경지, 창평지, 도곡지 등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포인트에서 채비 선택은 정답이 없다. 어떤 채비에도 배스가 활발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배스들은 장마 전선의 저기압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간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버텼기 때문에 새 물 유입의 기쁨을 미친 듯이 누린다.

◆탐색은 연안부터 바깥으로

이 시기 낚시를 하다 보면 배스들이 새 물 유입구에 바싹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불어난 수위로 잠긴 육초 사이와 나무 옆에 있는 경우도 많다. 시원해진 수온과 구름에 가려진 햇볕의 영향, 그리고 수몰된 육지와 육초의 먹잇감들에 의해 다른 시기보다 배스가 연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포인트에 접근할 때는 다른 시기보다 더욱 신중해야 한다. 멀리서 연안에 채비를 던져보는 것은 필수이다. 특히 큰 바위나 나무, 육초 더미가 있는 경우에는 배스가 있을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수심이 아무리 얕아도, 30㎝만 되면 배스가 있다. 새 물 유입구의 연안 경우에는 빅 배스가 있을 확률이 더욱 높다. 떠내려온 작은 벌레와 유기물을 먹으려고 다양한 베이트 피시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배스는 발아래 있다는 말, 장마 기간에는 꼭 잊지 말아야 한다.

우중 낚시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원한 날씨에 우의를 입고, 비를 맞으며 하는 낚시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아침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수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낚시를 하다 보면, 뜨거웠던 지난주와는 차원이 다른 힐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마와 태풍이 지나가면서 저수지는 가을을 준비하게 된다. 배스들이 다시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배스 낚시가 가장 잘 되는 시기는 봄 산란 철 전, 여름 장마와 태풍 기간, 그리고 가을 영하로 떨어지기 전 3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 없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중 낚시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끝으로 배스 낚시를 즐기는 초점을 배스에 맞추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국제 최대의 배스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는 배스 낚시가 골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하나의 스포츠이다. 배고픈 배스를 루어로 낚는 것은 어업과 다름이 없다. 처음에는 낚는 즐거움이야 있겠지만, 계속해서 그런 방식으로 낚시를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질리게 마련이다. 특히 배스가 낚이지 않는 날은 낚시가 재미없기까지 하다. 진정한 배스 낚시는 배스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고, 어떤 채비, 어떤 운용에 반응하는지 찾아내고, 그 패턴을 적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올해 배스의 낚는 즐거움을 한껏 즐긴 초보들은 내년에는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배스 게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낚시인이 되었으면 한다.

이성호/한국낚시방송 PD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