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초기 착수비용, 풍부한 고소득 작목, 대표 농수산물 즐비, 활발한 道 정책지원
경상북도는 지난 2004년 귀농'귀촌 관련 통계조사가 실시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전국 최고 귀농 고장이라는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11년째 귀농 1번지로 자리매김한 경북이 전국의 귀농인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농업 전문가들은 귀농 1번지 경북의 비결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다른 시'도에 비해 땅값이 저렴해 초기 착수비용이 적은데다 고소득 작목이 풍부해 억대 농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도내 시'군별로 대표 농수산물이 다양하고, 무엇보다 경북도가 다른 곳에 비해 앞선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는 점 등이다.
이러한 경북도만의 인프라와 억대 농업인 양성 노하우, 풍부한 귀농정책 정보 등이 어우러져 전국의 귀농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20대 귀농인, 경북에서 이룬 제2의 인생.
"귀농이 두렵다고요? 젊을수록 그리고 다른 학습처럼 철저한 계획과 예습을 거친다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자연과 함께 마을공동체 의식까지 느낄 수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1998년 27살의 나이로 서울에서 포도 마을인 상주 모동면 정양리로 귀농한 박종관(44) 씨는 올해 귀농 17년차다. 대부분 은퇴를 앞두거나 40~50대 연령층이 귀농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20대 귀농인 박 씨는 경북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최연소 사례로 꼽힌다.
더욱 놀라운 것은 3년 전인 41세의 나이로 상주 최연소 이장이 된 것. 마을 토박이가 아닌 귀농인이 이장으로 추대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박 씨는 무일푼으로 귀농해 남의 포도밭에서 더부살이하며 3년간 예습(?)과정을 거쳐 자립에 성공했다.
현재 유기농 포도단지인 '향유네'를 가꾸는 등 포도 박사로 불린다. 상주귀농귀촌정보센터 운영위원도 맡아 예비 귀농인들을 위한 강의에도 나서는 등 '귀농 멘토'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박 씨는 처음에는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박 씨는 "농사짓는 삶이야말로 하나님 말씀에 충실한 삶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 때 귀농을 결심한 박 씨는 동기 동창인 부인과 결혼을 하고 무농약 포도농사를 짓는 집에 무작정 들어갔다.
초보 귀농부부는 그곳에서 친환경 포도농사를 배웠다. '머슴살이 3년' 만에 독립해 그들만의 농사를 일군 게 친환경 유기농 포도단지 향유네(2만㎡)다. 처음엔 임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땅 주인이 됐다.
박 씨가 귀농한 1998년도는 지금처럼 귀농이 인기를 끌지 못했던 시대여서, 귀농에 대한 시스템이나 정보가 너무 없어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혹시 젊은 사람이 사고를 쳐서 도망온 것 아니냐'는 경계와 텃새도 아주 심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겪어보니 박 씨 부부가 마을 일에 솔선수범하고 너무나도 건전한 의식을 갖고 있었다.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와 이제는 이장까지 맡아 마을을 잘 이끌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씨의 활약은 40가구에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던 이 마을에 하나 둘 젊은 귀농인이 몰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젊은 귀농인들이 들어와 지금은 60가구가 됐다. 고령화로 침체돼 있는 마을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이다.
박 씨는 "성공적인 귀농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실습, 앞선 귀농자들의 경험과 시행착오까지도 학습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소득도 중요하지만 자연 속에서 땀을 흘릴 때 행복을 느낄 줄 안다면 절반의 성공은 이미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조언했다.
◆전국 1위 귀농 동네, 상주
경북은 전국에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경북 중에서도 상주가 단연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대한민국 농업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상주엔 지난해까지 3년간 1천304가구(귀농인 2천334명)가 들어와 살고 있다. 3년 동안 한 개 면이 상주에 새로 생긴 셈이다.
기존 서울사무소에 부산사무소까지 잇따라 개설하고 3년간 공을 들인 결과,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 인구대비 사상 최대 귀농'귀촌 실적을 올렸다. 인구 10만3천여 명의 상주시가 더 이상 인구가 줄지 않는 비결은 귀농'귀촌을 통해서다. 귀농'귀촌을 통한 농업인 인구 증가를 상주가 보여준 것.
상주가 귀농'귀촌 1번지로 우뚝 선 비결은 다양하다. 농사짓기 좋은 날씨와 저렴한 가격에 오염 안 된 농토, 사통팔달 교통망에다 전국 1위와 경북 1위 타이틀을 14개나 가진 상주 명품 농'특산물, 여기에 생산기술 보급의 메카라는 점도 상주를 귀농'귀촌의 터전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포도'오이'블루베리'곶감 등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목에 대한 생산'유통'판매까지 지원하는 상주시의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예비 귀농인들을 위해 분야별 컨설팅을 하고, 선배 귀농인 롤모델 43명을 별도로 선정해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등 낯선 귀농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 시켰다. 다른 자치단체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집단 귀농을 유도하는 부분도 귀농 증가 요인이다. 친지'이웃'동료'친구'동호인 등을 대상으로 벌이는 상주시의 '입주자 주도형 소규모 전원마을 조성사업'은 전국 지자체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2012년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가장 우수한 정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5가구 이상이 함께 이주하면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 등을 시에서 설치해주고, 농가 건축 설계비 50% 감면도 상주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귀농 지원정책이다. 또 정착지원금도 도내에서 가장 많은 2천만원을 준다.
이정백 상주시장은 "귀농'귀촌 성공으로 부족한 영농 인력을 대체하고, 특히 40대 젊은 귀농'귀촌 농업인들의 다양한 재능을 적극 발굴해 상주농업 미래의 주춧돌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농업의 중심지이자 귀농'귀촌 1번지인 상주에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이 이전할 경우 귀농'귀촌인이 더욱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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