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자가격리자 생필품 전달은 '007작전'

입력 2015-06-20 05:00:00

신분 노출 안되게 조심 또 조심…현관에 물건 내려놓자마자 떠나

19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 남구청 직원들이 메르스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할 생필품을 배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9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 남구청 직원들이 메르스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할 생필품을 배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9일 오후 2시 대구 남구 대명동 한 빌라. 남구청 직원이 차에서 내린 뒤 두루마리 휴지, 쌀 한 포대, 샴푸, 치약 등 생필품을 한가득 실은 커다란 검은색 봉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 물품들은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해 지난 16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30대 여성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들이다.

구청 직원은 빌라 현관에 물건을 내리자마자 재빨리 차 안으로 들어가 전화로 '물건을 가져다 놨으니 가져가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 직원은 "배달 직전 이분이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해 근처 마트에서 급히 사 왔다"며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마스크를 쓴 공무원들이 근처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는 공무원들이 '007작전'을 펴고 있다. 자칫 신분이 노출되면 자가 격리자들이 또 다른 심적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남구는 물품 전달로 가장 분주한 곳이다. 19일 현재 대구시 자가격리 관찰자 총 99명 중 80명(80.8%)이 남구 주민이다.

현재 총 62가구 가운데 35가구가 생필품 지원을 요청했다. 삼겹살, 초코파이, 혈압약 등 요구 사항도 다양하다. 배달 수칙은 엄격하다. 가기 전 전화 통화로 특별히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현관문을 열고 물품을 들여놓아도 될지를 물어봐야 한다.

사공태 남구청 주민생활과장은 "주위 이목을 끌지 않도록 최대한 공무원티를 내지 말고, 무리도 지어 오지 말고, 마스크는 벗고 오라는 자가격리자들이 많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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