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회사 인수, 밤에 잘 보이는 컬러 골프공 개발…매출 급성장"
문경안(57) ㈜볼빅 회장은 온갖 악조건을 성실함과 신뢰로 극복하고 성공 가도에 오른 CEO다.
1남 3녀의 막내로, 돌잔치를 하던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와 누나들의 보살핌 속에 자랐다. 고향 김천 송죽리는 학교 길 논두렁에 뱀이 많아 1학년을 두 번 다닐 정도로 산골짜기였다.
그의 성공은 고교 졸업 뒤 서울 명동의 ㈜선경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대기업 입사는 상업고에서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학교의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도약은 10년 주기로 찾아왔다. 선경에서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10년 만에 건설회사로 스카우트됐고, 또다시 10년 만에 철강회사를 차리게 됐다. 마침 회사 설립 1년 만에 한보 부도로 값싼 철근을 매입할 수 있었고, 매입대금은 10년 동안 신뢰를 쌓아온 선경에서 현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철강회사가 상당한 성장을 하고 10년 만에 다시 경영난을 겪던 볼빅을 인수했다. 현재 '컬러 볼 선풍'을 일으키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톱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문 회장은 "자신의 분수와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성실히 일한다면 더 큰 기회는 반드시 온다"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향한 열정과 성실함을 주문했다.
향후 볼빅 공장을 증설할 경우 토종 브랜드, 고향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반드시 대구경북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한 그로부터 볼빅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골프공 제조회사는 어떻게 운영하게 됐나.
▶2009년 볼빅, 골프장 대표 등과 골프를 치다가 회사 인수 제안을 받았다. 철강회사가 잘 운영되고 골프도 좋아하던 터라 인수를 했는데, 적자 수출을 하는 등 경영이 크게 어려웠다.
-볼빅 경영은 어떻게 좋아졌나.
▶적자 수출을 중단하고, 여름 야간골프를 할 때 잘 보이는 공을 개발하도록 연구실에 지침을 내렸다. 당시 컬러 볼은 흰색 공 위에 페인트칠을 한 값싼 2피스로, 겨울에 눈 올 때 주로 사용했다. 투어용은 사실상 없었다. 연구실에서 야간에 잘 보이는 노란 볼을 개발했다. 야간 컬러 볼 매출이 많이 올라 경영이 호전됐다.
-컬러 볼은 어떻게 착안했나.
▶골퍼 4명이 흰색 공 4개를 사용하면 볼을 찾기 힘들지 않으냐. 성능이 똑같다면 각자 4가지 색깔을 사용하면 좋지 않겠나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캐디들도 볼을 찾기 쉬워 일하기 편한 점도 있었다.
-컬러 볼 판매가 급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0년부터 프로선수를 영입하고, 홍보를 많이 했다.
프로선수들도 컬러 볼을 써보고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렸다. 로봇을 이용해 실외에서 흰 볼과 컬러 볼을 각각 쳐서 거리, 방향 등을 시험해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컬러 볼과 패션 트렌드를 활용한 광고 콘셉트도 적중했다. 올드한 흰색 볼과 골프복이 배색이 맞지 않는 언밸런스란 점을 제기한 뒤 컬러 볼과 다양한 패션의 조화를 부각시켰는데, 호응도가 좋았다.
-남녀 간 선호하는 컬러 볼이 따로 있나.
▶남자는 오렌지색과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핑크 컬러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판매량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향후 회사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
▶기술력 개발과 토털 브랜드화다. 골프공 제조기술은 코어(중심)와 커버(덮개)에 달렸는데, 어떤 소재를 개발해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1년에 5개 이상 특허를 등록하면서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컬러볼뿐 아니라 모자와 클럽 등 모든 골프용품을 취급하는 토털 브랜드로 나가고 있다.
2010년 프로구단 창단 이후 프로선수와 유소년 후원 활성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볼빅 팀은 LPGA 출전 프로 11명을 비롯해 국내 여자 프로 12명, 남자 프로 6명 등 모두 29명으로 국내 프로구단 중 최다 선수를 확보하고 있다. 초'중생 100명도 후원하고 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볼빅 컬러 볼 성공요인은…플라스틱 수지에 안료로 색깔 내고 금속 첨가 비거리 늘어나
볼빅 컬러 볼의 성공요인은 ▷소재개발에 따른 품질 향상 ▷공격적인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문경안 회장은 "컬러 볼이 싸구려에다 거리가 나지 않아 아마추어만 사용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볼빅은 흰 볼에 페인팅을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수지에 안료를 첨가해 색깔을 내고, 비중을 높이기 위해 비스무스라는 금속을 첨가했다. 상온에서 팽창하고 고온에서 수축하는 특성을 이용해 비중과 반발력을 높였다. 특히 컬러 볼에다 탄력과 스핀을 먹일 수 있도록 4피스를 개발해 프로골퍼들이 투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좋은 소재를 사용해 거리와 방향조절이 가능하도록 제품을 최적화한 것이다.
문 회장은 "볼빅은 엄밀한 로봇 시험을 통해 비거리가 더 나오고 방향성이 좋은 제품만 엄선한다"고 설명했다.
볼빅 컬러 볼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패션 트렌드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이다.
문 회장은 "21세기 들어 축구공을 비롯해 농구공, 배구공 등도 컬러풀해지고 있다"며 "라운딩을 앞두고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옷, 모자, 신발 등에다 볼 색깔까지 고르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패션에다 컬러 볼을 매치시키는 볼빅의 마케팅 전략은 주효했다. 컬러 볼 4피스 프리미엄을 개발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볼과 같은 가격을 매기면서 볼빅 칼러 볼은 선물용 판매량이 급증했다.
김병구 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