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비타민 매출 급증…'면대면' 영업 직종 직격탄
중동호흡기징후군(메르스) 여파가 서민들의 생활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 탓에 병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상비약'영양제 구매가 늘었고, 금융권에선 면(面)대 면(面) 영업은 위축되고 있다. 유통'고용 시장에는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내 몸 내가 지키고, 사람 접촉 피하자
메르스 여파 이후 편의점에서 해열제 등 상비약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열이 나거나 몸이 불편해도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되도록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약을 사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17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경우, 메르스 첫 사망자가 확인된 1일부터 15일까지 감기약'해열제 등 가정상비약 매출이 16% 늘었다. CU(씨유)도 같은 기간 상비약 매출이 12% 증가했다.
비타민 인기도 뜨겁다. G마켓의 비타민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배(141%↑)까지 늘었고, 롯데마트도 48% 증가했다. 이 밖에 면역력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렌지(279%↑) ▷마늘(83%↑) ▷고구마(28%↑) 등도 롯데마트에서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영업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발벗고 나섰던 '아웃바운드'(Outbound) 영업은 눈에 띄게 위축된 반면에 비대면 거래는 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고객들을 만나 통장을 개설해 주는 '포터블 브랜치'(Portable Branch)가 인기를 끌었지만, 메르스 사태 후 포터블 브랜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반면 비대면 거래는 크게 늘었다. 11일까지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체 건수는 4천679만3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천187만3천504건)나 급증했다.
보험업계는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병원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이른바 '나이롱환자'가 줄어드는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1개 보험사 가운데 메리츠와 하이카를 제외한 9개 보험사의 지난달 손해율은 4월보다 줄었다.
◆도소매'유통'음식점'여행…전 업종에 찬 바람
대구 달서구 한 섬유'의복 전문 업체 경우 의류 판매량이 한 달 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업체 사장은 "여름옷과 아웃도어 의류가 한창 팔릴 시기인데도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고 있다"고 막막해 했다.
올 들어 고용증가를 이끌어 온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종이 메르스 직격탄을 맞아 전체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우려된다. 외식업체 매출은 평균 38.5%, 백화점 16.5% 감소해 이들 업종의 고용 위축은 현실화된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 달인 작년 5월 경우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인 관광객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7일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5성급 온천 호텔인 춘휘원은 메르스 여파로 한국인 투숙객을 받지 않겠다고 국내 여행사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춘휘원 호텔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다른 중국 내 호텔 등 여행업계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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