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9회말 끝내기 3점포…삼성, 두산에 8대7로 이겨

입력 2015-06-17 23:17:36

1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9회말 1사 1
1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9회말 1사 1'3루 때 삼성 최형우가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최근 4년간 국내 프로야구를 석권한 삼성 라이온즈는 10개 구단 가운데 선발 라인업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순이나 수비 포지션은 늘 고정적이다. 박한이'채태인'박석민의 부상으로 올해 일부 변화가 있기는 했으나 일시적 고육책이었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신예 구자욱조차 6월 들어서는 출장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자 군단'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이 1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 타순'을 선보였다. 그만큼 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삼성은 전날 경기에서 16안타가 잔루 14개로 이어지며 두산에 4대5로 패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박한이-박석민-채태인-최형우-나바로-이승엽-김상수-이지영-박해민 순으로 타순을 짰다. 박석민을 2번에, 나바로를 5번에 배치하고 김상수와 박해민의 타순을 맞바꿨다. 박석민이 선발로 2번 타순을 맡은 것은 2013년 7월 11일 대구 SK전 이후 약 2년 만이고, 나바로의 5번 타자 출전은 한국 무대에서 처음이다.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류 감독은 경기 전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며 "오늘 결과가 괜찮으면 이대로 계속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극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신의 한 수'였음을 증명했다.

삼성이 9회 최형우의 3점 아치로 8대7, 케네디스코어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37승 27패를 기록, 두산을 2위로 밀어내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팀 간 맞대결에서도 삼성은 5승 1패의 우위를 지켰다.

삼성은 9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패색이 짙었다. 타순 조정도 약발이 없는 듯 득점 기회 대부분을 무기력하게 흘려보냈다. 1회 2사 1'3루 기회에서는 나바로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2회 무사 2루에서는 진루타조차 없었다. 4'5'7회는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8회에는 2사 1'2루의 득점 기회에서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는 옛말은 틀림이 없었다. 팀을 3연패 직전에서 구한 영웅은 최형우였다. 4대7로 뒤진 채 맞은 9회 삼성은 대타 구자욱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은 뒤 최형우가 이어진 1사 1'3루에서 노경은의 직구를 밀어쳐 3점포를 쏘아 올렸다. 삼성으로서는 올 시즌 처음 맛보는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날 삼성은 8득점 가운데 7점을 홈런으로 뽑았다. 나바로는 0대4로 끌려가던 3회에 두산 선발투수 진야곱의 직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시즌 21호 홈런을 자신의 KBO리그 첫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나바로는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다만, 삼성 불펜진은 이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7회 2사 2루에서 등판한 '홀드왕' 안지만은 로메로에게 결승 2루타를 맞은 데 이어 8회 오재원에게 1점 홈런을 뺏겼고. 세이브 1위 임창용 역시 9회 2안타로 1실점 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