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사무실에 손을 덜덜 떠는 30대 미혼 임신부 A씨가 찾아왔다. 임신 3개월 차라는 A씨는 집에서 쫓겨난 뒤 오갈 곳이 없어 열흘간이나 노숙생활을 한 상태였다. 미혼모 기본생활지원 시설(미혼모 쉼터)을 알아봤지만 운영되는 곳이 없어 노숙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 기간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해 손까지 떨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있었다. 대구미혼모가족협회 관계자는 "당시 음식을 대접했지만 마땅한 숙소가 없어 다시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의 미혼 임신부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입양기관의 미혼모 쉼터가 문을 닫고 있지만 대체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미혼모 쉼터는 임신한 상태의 미혼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대구는 전북 전주와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한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기관에서만 운영해 왔다. 입양기관 미혼모 쉼터는 출산 후 입양을 조건으로 입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친부모의 양육을 우선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의 개정에 따라 7월부터는 이런 조건으로 운영되는 미혼모 쉼터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 미혼모 쉼터에서 보호할 수 있는 미혼모 정원은 총 101명으로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 고려하면 200명이 넘는 인원이다. 다음 달부터 수성구 황금동에 새로운 미혼모 쉼터가 문을 열지만 이곳의 정원은 고작 35명 수준이다. 게다가 입양기관의 미혼모 쉼터들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입소자를 받지 않아 A씨처럼 거리를 떠도는 미혼모들이 생겨나고 있다.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노숙 미혼모는 물론, 대구에 갈 곳 없는 미혼모가 많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입양 브로커들이 미혼모들에게 접촉하는 사례가 늘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대구시는 입양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겠다고 밝힐 뿐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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