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다름은 선물

입력 2015-06-13 05:00:00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단 하나라도 자신의 뜻대로 선택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날 시각과 장소, 부모와 성별, 외모와 체격, 시대와 국가 등 어느 하나도 스스로 선택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가지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에 의해 주어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어떤 차별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그러한 차별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심지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외모를 보고 사람을 차별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은 인간으로 똑같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된 인간의 생각과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 차별과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서로 다른 점은 하느님이 이 세상을 위하여, 인간 전체를 위하여 선물로 주시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기거나, 똑같이 남성이라면 세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두가 똑같이 생겼다면 서로를 구별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두가 남성이라면 인류가 금방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시고자 우리에게 내려주신 선물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르게 태어난 것은 서로 도우라는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왜냐하면 서로가 다르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 가면 수많은 돌로 만든 모자이크들이 성전 바닥과 성전 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색만 가진 돌로는 절대로 그러한 모자이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수많은 색을 가진 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먹으로만 그림을 그린 수묵화의 경우에도 가만히 살펴보면 먹의 색깔이 하나의 검은 색이 아니라 강도가 다름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 똑같은 강도를 지닌 검은 색이라면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나의 음색, 하나의 음계만으로는 음악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가 있고, 한 악기로 다른 음계를 낼 수 있고, 또 같은 음계라도 장단이 있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다양하게 창조하셨습니다. 그분은 이 세상을 수많은 식물과 동물, 바다의 온갖 물고기들 그리고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 사람들을 창조하셨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창조되었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창조한 엿샛날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 31)고 합니다. 세상에는 비슷한 것은 매우 많지만 똑같은 것은 없습니다. 같은 바다라고 하지만 동해와 서해가 서로 다르며, 같은 섬이지만 독도와 홍도가 서로 다릅니다. 이렇게 다르기에 그곳에 가면 그곳만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느끼게 됩니다.

세상에는 닮았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닮았기에 이웃은 나와 똑같이 존귀한 존재이며 또 다른 나입니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서로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같은 돌이지만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돌이 있기에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만들 수 있듯,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르기에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찬란한 햇빛이 이 세상에 서로 다른 것이 존재하며 서로 다르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새날 새롭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모든 존재들 속에서 존재하는 '닮음'과 '다름'이 아름다운 세상의 원천입니다.

김명현 대구 비산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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