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회 "금융회사 가장 지배인은 위법"

입력 2015-06-10 05:00:00

변호사 업계가 금융회사의 송사만 전문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가장(假裝) 지배인 퇴출에 나섰다.

가장 지배인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지배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지배인으로서 다른 업무는 맡지 않고 오로지 특정 소송만 전담하는 일종의 유령 지배인이다.

카드회사, 보증보험, 채권 추심업체 등 민사 소송이 많은 금융 관련 회사들이 변호사 비용 절감을 위해 송사만 맡는 가장 지배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다. 일부 건설회사도 공사비나 하자 보수 등에 분쟁이 생기면 담당 직원을 일시적으로 지배인으로 선임한다. 이들 소송은 내용과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담당 직원이 송사를 진행할 수 있는 덕분에 변호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대구 지역 변호사들은 "직원 한 사람이 가장 지배인이 돼 여러 법정을 돌면서 수십 건의 소송을 대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법상 지배인은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게 돼 있어 소송을 전담하는 가장 지배인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이재동 대구변호사회장은 "가장 지배인은 상법을 악용한 경우로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서울에서는 가장 지배인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됐고, 검찰이 수사도 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구 변호사들도 대구지법 관계자와 간담회 자리에서 가장 지배인의 송사 참여를 제한하는 데 재판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변호사들은 "가장 지배인은 법정에 자주 얼굴을 내밀기 때문에 판사들은 알 수 있다"며 "또 회사 측에 가장 지배인 여부를 문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관계자는 "재판관들도 제도를 악용하는 가장 지배인이 문제라고 보고 있고, (가장 지배인으로) 확인되면 바로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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