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르스에 묻힌 호국보훈의 달에…

입력 2015-06-10 05:00:00

작년 9월, 6'25전쟁 낙동강 전투 전승기념행사가 육군 제2작전사령부 주최로 격전지였던 다부동 인근 낙동강변에서 열렸다. 우리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보의식 고취와 전공 지식의 지역사회 나눔을 위해 치위생과 학생들이 참여하여 모처럼 학교 밖에서 치아관리 등 재능기부 봉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사수하고자 국군과 미군 3천500명이 목숨을 바친 최대 격전지 다부동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던 전쟁의 실상을 충분히 알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요즈음 각종 매체에서는 북한 관련 소식을 다양한 내용으로 제작, 방송하고 있다. 탈북민을 등장시켜 북한 사회의 가십거리를 들추는 오락물에서부터 정치범 수용소나 열악한 작업장에서 행해지는 잔혹한 인권유린의 실상뿐 아니라 북한 고위층이 기관총, 고사포에 처형되는 공포정치의 현장까지 다양하다.

핵 공격 가능성도 시사하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전쟁광의 도발까지도 정작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젊은이들은 그것이 단지 가깝지만 먼 곳,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흘려버리지는 않을까? 이러한 안보 불감증이 만연한 채 심지어는 6'25전쟁이 남침인지도 모르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물론 젊은이들이 우리 역사를 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수많은 스펙으로 무장하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기가 어려운 '취업'이라는 새로운 전쟁 중에 있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 대해 자발적으로 흥미를 가지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경제성장의 과실은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았을 뿐, 스스로 피와 땀으로 성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한국사 바로 알기가 긍정적인 교육방향으로 제시되고 한국사가 대입 수능평가의 필수과목이 된다니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에 따라 '호국보훈의 달'이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애국정신을 키우기 위해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했다. 6월에는 현충일(6일)과 6'25(25일), 제2연평해전(29일) 등 주요 기념일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해마다 관련 기념행사를 열어 왔다.

그러나 메르스 공포가 급습한 올해의 6월은 상황이 다르다. 각 지자체마다 열기로 했던 현충일 추념행사도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하고, 시민들이 메르스 감염환자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우려한 점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추념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메르스 사태는 정부와 온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칫 순국선열과 애국정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모쪼록 학교 교육과 더불어 6월이 되면 6'25부터 생각나고, 태극기를 보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과거와 현재의 교량 역할을 충실히 하여 이 땅에 자라나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암울한 역사를 잊히지 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정신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역사'안보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호국의 달 6월, 광복 70주년과 6'25전쟁 65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과 국군장병들의 넋을 기리며 이달만큼이라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남성희/대구보건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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