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힐링 갤러리

입력 2015-06-10 05:00:00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된 내용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쉼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과거 어려운 시절에 쉼 없이 일하다 보니 나이 들어 소위 '골병' 들어 아프다고 하고, 중년들은 아직도 일해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쉴 여유가 없다 보니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 젊은 청년들은 입시에 시달리며 공부하다가 이제 대학 졸업 후 취직 걱정에 하루하루 스펙 쌓기에 바쁘다 보니 여기저기 아프다.

한마디로 스트레스를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억눌리며 살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는 인간이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위협의 감정을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생활 가운데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기는 어렵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두통과 식욕부진, 불면증, 수면장애, 위장장애, 근육경련 등을 일으킨다. 심리적으로는 무기력하고 초조, 불안감을 느끼며 우울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안정감을 잃게 된다.

우리의 5가지 감각 중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감각의 70~80%를 관장하는 시각이라고 한다. 멋진 그림이나 감동 있는 사진에 치유의 힘이 있는 이유다.

출근길 병원에 들어서면 일부러 특별한 복도를 지나간다. 복도 양쪽 벽면에 멋있는 조명과 함께 전시된 그림과 사진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작품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병원마다 문화공간을 만들어 환자나 보호자,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추세다. 이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함께 건강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까지 치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의 중요한 공간이 '힐링 갤러리' '희망음악회' 등 다양한 이름의 문화행사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치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초 대구파티마병원도 '파티마 갤러리'를 열었다. 유명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직원들이 만든 수준 높은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나는 취미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멋진 여행을 다녀 와서 정리된 사진을 보면 여행지의 감동을 새롭게 느낄 수 있어 새삼 기분이 좋아진다. 그 덕분에 파티마 갤러리에 사진을 전시하게 되는 기쁨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병원 역할은 진료가 전부는 아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기본적인 진료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힐링도 간과하지 않는 발전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병원의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더 나아가 보호자의 심리적 안정에 보탬이 됨으로써 좀 더 효과적인 치료, 즉 '웰빙(well-being)치료'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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